주차 문제로 다투던 중 차량이 상대방의 몸에 닿았다고 해서 언제나 특수상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치게 할 고의가 있었는지와 당시 차량을 사용한 방법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것으로 평가되는지를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조사 전에는 충돌 장면만이 아니라 차를 움직이기 전후의 영상과 대화를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목차
1. 운전 중 사고와 특수상해는 판단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2. 자동차라는 이유만으로 위험성이 정해질까요
3. 영상에서는 운전자가 본 것과 차량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4. 조사 대응과 합의는 함께 생각하되 목적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6. 마치며
1. 운전 중 사고와 특수상해는 판단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운전자가 주의를 다하지 못해 사람을 다치게 한 사고와, 사람을 향해 의도적으로 차량을 움직여 다치게 한 사건은 같은 죄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경우에는 특수상해가 문제되며,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입니다(형법 제258조의2 제1항).
그렇다고 차량을 움직였다는 사실이 곧 다치게 할 고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위치를 알았는지, 차량과 얼마나 가까웠는지, 어떤 이유로 움직였고 언제 멈췄는지에 따라 운전자의 말이 당시 상황과 맞는지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다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진행했다면, 적극적으로 상처를 내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말만으로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상해의 고의가 없더라도 폭행의 고의로 한 행동 때문에 사람이 다쳤다면 폭행치상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상해와의 인과관계뿐 아니라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도 따져야 합니다(동법 제262조·제15조 제2항). 그러므로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는 말이 곧 과실사고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2. 자동차라는 이유만으로 위험성이 정해질까요
자동차는 무게와 이동하는 힘 때문에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수상해에서 위험한 물건인지는 물건의 이름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합니다.
대법원 2026. 9. 3. 선고 2026도8822 판결에서도 주차 자리를 두고 다투던 운전자가 후진하여 뒤에 서 있던 상대방을 다치게 한 일이 문제되었습니다. 상대방은 차량에 밀려 여러 걸음을 움직였고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원심은 특수상해를 인정하였지만 대법원은 그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가족이 동승한 상태에서 주차 자리를 다투던 경위, 매우 느린 후진 속도, 상대방이 넘어지거나 튕겨 나가지 않은 점, 통원치료를 받은 정도와 후진한 의도 등을 함께 살폈습니다. 이러한 사정에서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특수상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다만 이 판결을 저속 운전이나 2주 진단이면 특수상해가 아니라는 기준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위험한 물건 해당성을 판단하고,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고의 여부에 관한 결론까지 내린 것은 아닙니다. 무죄를 확정한 판결도 아니고, 환송 후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3. 영상에서는 운전자가 본 것과 차량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가. 차를 움직이기 전 상황이 고의 판단에 연결됩니다
블랙박스에 충돌하는 순간만 남아 있으면, 그때 운전자가 상대방의 위치를 알고 있었는지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차를 움직이기 전 나눈 말과 상대방이 이동한 모습, 운전자가 볼 수 있었던 방향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영상에서 나중에 확인한 사실을 운전 당시에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면 실제 기억과 다른 말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후방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과 당시 그 화면을 보았는지는 같지 않습니다. 본인의 기억을 적어 둔 뒤 녹화된 화면·음성과 비교하면, 직접 기억하는 일과 나중에 영상으로 알게 된 사실을 구별해 말할 수 있습니다.
나. 움직임 전체가 차량 사용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같은 속도로 움직였더라도 주변 벽이나 다른 차량 때문에 사람이 움직일 공간이 좁았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에서는 속도와 함께 사람과 차의 간격, 진행 방향과 이동 거리도 보아야 합니다.
본인이 보유한 영상은 앞뒤를 잘라내거나 원본에 자막을 덧씌우기보다 그대로 보존하고, 조사 때 짚어 볼 장면이 몇 분 몇 초에 나오는지 따로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다른 각도의 CCTV가 있어야 거리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다면 해당 장소와 시간을 수사기관에 알리고 확보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가 관리자의 영상을 당연히 받아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4. 조사 대응과 합의는 함께 생각하되 목적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고소 내용에 차량으로 다치게 했다고 적혀 있더라도, 그중 실제로 일어난 일과 다투는 부분을 나누어야 합니다. 차량이 움직인 사실까지 부인할 사건인지, 충돌은 인정하면서 당시 인식이나 위험성을 다툴 사건인지에 따라 조사에서 인정할 사실과 다툴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은 충돌 전후 영상과 본인이 기억하는 내용을 비교하여 고의나 위험성을 다툴 장면을 정리하고, 의견서 제출과 조사 참여를 통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실을 밝힐 수 있습니다. 기소 후에는 열람한 증거기록에서 어떤 장면과 진술이 혐의의 근거가 되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수사 단계부터 상대방의 진료기록이나 사건기록 전부를 볼 수 있다고 전제해서는 안 됩니다.
피해 회복을 위한 합의도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특수상해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제기가 막히는 죄가 아니며, 합의 경위와 피해 회복은 형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동법 제258조의2 제1항·제51조 제4호). 혐의를 다투면서 합의한다면, 지급할 손해의 범위와 고소된 행위에 대한 입장이 합의서에 어떻게 담기는지 함께 읽어야 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 아주 천천히 움직였으면 특수상해가 아닌가요?
A. 속도만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사람과의 거리, 주변 공간, 차량을 움직인 경위와 피해 정도 등을 함께 보므로 저속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벗는다고 할 수 없습니다.
Q.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니 보험 처리로 끝낼 수 있나요?
A. 보험 가입에 따른 공소제한 특례는 법이 정한 교통사고 과실범 등에 적용됩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 차량을 이용한 고의의 상해에 그 특례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보험 접수와 별개로 고소된 행동의 성격을 살펴야 합니다.
Q.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하면 과실사고가 되나요?
A. 그렇게 말하는 것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다칠 가능성을 알고도 감수한 경우인지, 폭행의 고의로 상해를 일으킨 경우인지,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인지에 따라 적용할 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6. 마치며
주차 시비 뒤 특수상해로 고소되었다면 차를 움직인 이유와 그 움직임의 위험성을 각각 살펴야 합니다. 차량이 몸에 닿았다는 장면만으로 당시 운전자가 무엇을 알았는지까지 드러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담할 때에는 본인이 가진 블랙박스 원본, 현장 사진, 수사기관에서 받은 안내와 이미 진술한 내용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다툴 혐의와 추가로 확인할 사실을 정리하고, 조사 대응 및 피해 회복을 위한 협의를 함께 검토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