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한다고 해서 반드시 피고인과 얼굴을 마주한 채 피해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피해자의 사생활과 심리적 안정을 보호하면서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각 제도가 보호하는 대상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증언을 어렵게 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조치도 달라집니다.
1.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는데도 다시 증언하는 이유
피고인 측이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조서에 대하여 증거부동의를 하면, 그 조서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해자 진술조서에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적용됩니다. 적법하게 작성되고 실제 진술한 내용대로 기재되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며,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기회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은 제311조·제312조의 대상이 아닌 진술서나 진술을 기재한 서류 등에 관하여,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법정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해당 서류가 작성되거나 진술된 대로 담겨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필요가 있고 해당 서류가 진정하게 작성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검사와 피고인 측 변호인이 사실관계에 대해 신문을 하는 절차로 진행됩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기억 때문에 충분히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증언의 기회를 마련하더라도 실제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보호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출석 여부와 함께 살펴야 할 것은 피해자가 어떤 환경에서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지입니다.
2. 비공개 재판이라고 피고인까지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가. 사생활의 공개와 피고인과의 대면은 구별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31조는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심리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합니다. 증인으로 소환된 피해자와 그 가족은 비공개를 신청할 수 있고, 재판장이 허가 여부와 신문 방식·장소 등을 결정합니다. 피해 내용이 방청인에게 알려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비공개 심리는 피고인까지 법정에서 내보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재판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문제와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증거조사에 참여하는 문제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얼굴을 보면 말을 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있다면, 비공개만으로 그 어려움이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나. 대면이 증언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신문 방식이 달라집니다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 제1항 제3호는 피고인 등과 대면하여 진술할 경우 심리적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히 잃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 대상으로 정합니다. 법원은 범죄의 성질과 심신 상태, 피고인과의 관계 등을 살피고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가림 시설 등을 설치하여 신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97조에 따라 재판장이 피고인 앞에서는 충분한 진술을 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 피고인을 잠시 퇴정시키고 증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증언이 끝나면 피고인을 다시 들어오게 하여 진술의 요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대면 때문에 진술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줄이되, 피고인에게 증언 내용을 알리는 절차는 남아 있는 것입니다.
3. 영상중계는 증언을 생략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가림 시설로 시선을 차단하더라도 같은 법정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공간을 분리하여 증언하는 영상중계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0조 제1항은 강간·강제추행 등 제2조 제1항 제3호부터 제5호까지의 범죄 피해자에 대하여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듣고 중계 방식으로 신문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영상중계에서도 법원이 정한 방식으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은 진행됩니다.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 제3항 역시 해당 조문에 따른 영상신문을 법정에 출석하여 이루어진 신문으로 봅니다. 따라서 혼자 진술 영상을 녹화하여 보내거나,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임의로 영상통화를 연결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영상중계라는 제도의 이름보다 그 방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피고인의 얼굴을 보면 말문이 막히는지,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 자체가 어려운지에 따라 사정은 달라집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증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되어야 법원도 적절한 방식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진 치료·상담 자료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신청에 진단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4. 가족과 변호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증언을 돕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으면 마음이 안정될 수 있지만, 법원에 동행하는 것과 증언석 옆에 앉는 것은 다릅니다.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1항은 피해자가 현저한 불안이나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 신뢰관계인의 동석을 허용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성인 강제추행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의 동석이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4조는 별도로 정한 범죄의 피해자와 19세 미만 피해자 등에 대한 동석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사건에 따라 적용 근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느 규정이 적용되든 동석은 피해자가 안정된 상태에서 직접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3항도 신문을 방해하거나 진술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므로, 가족이 대신 답하거나 답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 변호사는 법률적인 쟁점을 설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3항부터 제5항은 공판 출석과 의견 진술, 관계 서류·증거물의 열람·등사 등을 규정합니다. 변호사는 기록을 확인할 절차와 범위를 살피면서 피해자의 어려움이 어떤 보호조치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에 관한 증언까지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 보호조치를 신청했다면 출석하지 않아도 되나요?
A. 신청만으로 소환이 취소되거나 출석 의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51조 제1항과 제152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과태료나 구인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출석이 어렵다면 법원에 이유를 알리고 일정이나 방식이 실제로 변경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Q. 법정 밖에서 피고인과 마주치는 것도 걱정됩니다.
A. 성폭력처벌법 제32조는 재판 전후 피해자가 피고인이나 그 가족과 마주치지 않도록 증인지원시설과 증인지원관을 두도록 정합니다. 대기 장소와 이동 방법에 관한 도움은 증인지원관에게 미리 요청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해야만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Q. 비공개와 영상중계를 함께 요청할 수도 있나요?
A. 비공개는 사생활의 공개 범위에 관한 문제이고 영상중계는 증언 방식에 관한 문제이므로, 필요한 사유가 있다면 함께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청한 조치가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각각의 요건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6. 마치며
성폭력 피해자의 증인신문에서는 피해자가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생활이 공개되는 부담인지, 피고인과 마주하는 어려움인지에 따라 필요한 보호가 달라지고, 보호조치가 허용되더라도 질문을 받고 직접 답해야 하는 절차는 남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해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준비가 가능합니다.
증언이 어려울 정도로 불안하다면 출석일이 임박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소환장과 법원 안내를 바탕으로 어려움의 원인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피고인과의 관계, 대면할 때의 상태, 기존 보호 요청과 법원의 답변을 살펴 필요한 보호조치와 공판에서의 조력 범위를 검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