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신준선 변호사입니다.
이혼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상담 과정에서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비 문제는 거의 예외 없이 다루어집니다. 그런데 의외로 간과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의 분할 문제입니다. 부동산이나 예금처럼 눈에 보이는 재산이 아니다 보니, 이혼 협의 과정에서 연금 문제를 별도로 검토하지 않은 채 절차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연금은 이혼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매월 지급되는 노후 소득이라는 점에서, 때로는 부동산 한 채보다 경제적 가치가 클 수 있습니다. 특히 혼인기간이 길었던 이른바 황혼이혼의 경우, 연금 분할 여부가 이혼 이후의 경제적 안정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혼 시 국민연금 분할연금 제도의 개념과 수급 요건, 분할 비율의 결정 방식, 그리고 재산분할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실무상 쟁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혼할 때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을 수 있나요? 전업주부도 가능한가요?
1. 분할연금 제도의 개념
분할연금이란, 이혼한 배우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혼인기간 동안의 기여를 인정하고, 그 기여분에 해당하는 노령연금의 일부를 분할하여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분할연금 수급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분할연금은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는 구별되는 국민연금법상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입니다. 대법원도 분할연금 수급권이 전 배우자가 혼인 기간 중 취득한 노령연금 수급권에 대하여 그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여 청산·분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가사노동 등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두65088 판결 참조). 따라서 혼인기간 동안 소득이 없었던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요건을 충족하면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분할연금의 수급 요건
분할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1) 배우자와 이혼한 상태일 것.
2)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
3)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일 것.
4) 넷째, 분할연금을 청구하는 본인이 출생연도별 지급개시연령에 도달할 것입니다. 지급개시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61세에서 65세까지 차등 적용됩니다.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그 다음 달부터 매월 분할연금을 수령할 수 있으며, 수급 요건 충족 후 5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합니다. 이 기간을 도과하면 분할연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이혼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수급 요건의 충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 청구 기한을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6년 12월 30일부터 분할연금 선청구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기간 중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이혼일로부터 3년 이내에 미리 청구해 두고 나중에 수급 요건이 모두 달성되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3. 분할연금의 산정 방식과 비율 별도결정
분할연금은 혼인기간에 비례하여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원칙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배우자였던 사람의 노령연금액(부양가족 연금액 제외)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산출한 뒤, 이를 균분(2분의 1)하여 지급합니다.
그런데 2016년 12월 30일 이후 분할연금 수급권을 취득한 사람부터는 당사자 간 협의 또는 법원의 재판을 통해 분할 비율을 별도로 정할 수 있습니다(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이 경우 이혼소송과정에서 객관적으로 연금분할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이나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만 국민연금 분할 비율에 관한 내용으로 인정됩니다.
4. 혼인기간의 산정과 실질적 혼인관계 부존재기간
분할연금은 혼인기간에 비례하여 산정되므로, 혼인기간을 어떻게 확정하느냐가 분할연금액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입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던 기간을 일률적으로 혼인기간에 포함시키도록 한 국민연금법 규정이 '부부 협력으로 형성한 공동재산 분배'라는 분할연금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실종선고에 따른 실종기간, 거주불명 등록기간,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해진 별거기간, 법원 재판으로 혼인관계가 없었다고 인정된 기간 등이 혼인기간에서 제외됩니다.
5. 재산분할과 분할연금의 관계 — 대법원 2018두65088 판결의 의미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협의를 하면서 연금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는 경우, 분할연금 수급권이 재산분할에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실무상 중요한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2019. 6. 13. 선고 2018두65088 판결에서, 이혼소송 중 조정이 성립하면서 재산분할에 관한 청산조항을 두었으나 연금 분할 비율은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사안에 대하여, 그러한 청산조항만으로는 전 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포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핵심 법리는
1) 분할연금 수급권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인정되는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이므로, 재산분할절차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바가 없을 경우 분할연금 수급권은 당연히 이혼배우자에게 귀속된다는 점,
2) 조정조서의 청산조항은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은닉된 재산에 관한 분할 청구를 금지하는 것에 한정되며, 이혼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고유한 권리인 분할연금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에까지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3) 이 사건 특례조항(국민연금법 제64조의2)에서 정한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 해당하려면, 협의서나 재판서에 연금 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 또는 법원의 결정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대법원 판결은 재산분할 협의에서 연금 문제를 다루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곧 분할연금 수급권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과, 반대로 분할 비율을 별도로 정하고자 한다면 조정결정문이나 판결문 주문에 '국민연금', '분할연금' 등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 분할대상과 범위를 분명히 기재하여야 한다는 실무적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6. 이혼 시 연금 분할,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
분할연금은 신청 기한이 존재하는 권리이며, 기한이 지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분할연금 청구 기한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재산분할 협의 과정에서 연금 문제를 별도로 검토하지 않은 경우, 혼인기간 중 국민연금 납부 기간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경우, 상대 배우자가 연금 분할을 거부하거나 협의가 어려운 상황인 경우, 이혼 당시 분할연금 제도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에 해당한다면 조속히 연금관련 권리관계를 파악하여야 합니다.
7. 결론
분할연금은 이혼 이후 장기간에 걸쳐 매월 지급되는 노후 소득이라는 점에서, 일시에 정산되는 재산분할과는 다른 차원의 경제적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혼인기간이 길었던 경우라면 분할 대상 연금액의 규모도 상당할 수 있으므로, 이혼 협의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검토하여야 합니다.
재산분할 협의에서 연금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분할연금 수급권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을 앞두고 계시거나 이혼 이후 연금 분할 문제를 검토하고 계신다면, 수급 요건의 충족 여부와 청구 기한, 분할 비율의 조정 가능성 등에 대해 법률검토를 받으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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