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기소되었다고 해서 국민참여재판이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배심원에게 어떤 사실을 설명할지,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증인 수와 쟁점의 복잡성, 피해자의 반대 여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공소장과 함께 국민참여재판 안내를 받았다면, 사건의 내용과 준비 상황을 바탕으로 신청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신청 대상과 배심원의 역할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가. 성범죄라고 모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형사재판입니다. 법에서 정한 합의부 관할 사건 등이 대상이며, 피고인이 원하지 않거나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면 진행하지 않습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 성범죄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죄명과 적용 법조, 관할을 확인해야 합니다.
단독판사 관할로 기소된 사건도 합의부가 심판하기로 결정하면 대상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단독판사 관할사건의 피고인에게도 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처음 배당된 재판부만 보고 불가능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동법 제5조 제1항 제1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의2).
나. 배심원과 법원이 판단하는 범위는 다릅니다
배심원은 변론이 종결된 뒤 재판장의 설명을 듣고 유무죄를 평의·평결하며, 유죄로 평결하면 판사와 양형을 토의합니다. 다만 평결과 양형 의견이 법원을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않습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1항부터 제5항까지). 배심원의 공감만으로 원하는 판결이 확정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은 법원이 하고,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은 그 심리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동법 제44조). 따라서 증거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배심원의 공감이 아니라 법원에 대한 법률적 주장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다투는 사건과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법률 적용을 다투는 사건은 준비할 내용이 다릅니다. 먼저 쟁점을 구분해야 배심원에게 설명할 사실과 법원에 제시할 법률적 주장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2. 집중해서 심리할 수 있는 사건인지 살펴야 합니다
가. 증인 수와 쟁점이 심리기간에 영향을 줍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때는 필요한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짧은 기간에 집중해서 진행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쟁점이 명확하고 심리계획도 구체적이라면, 국민참여재판에 적합한 사건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증인이 여럿이고 다투는 쟁점도 많아 심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아 배제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 따라서 증인 수뿐 아니라 각 증인의 신문에 걸리는 시간과 쟁점의 복잡성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나. 하루 종료가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다만 반드시 하루 안에 끝낼 수 있어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증인이 여러 명이거나 심리에 이틀 이상이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배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충실히 진행하면서 배심원이 증거와 쟁점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건인지입니다.
신청 전에는 각 증인에게 확인할 내용과 예상 신문 시간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복되는 신문이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변호인은 반드시 다퉈야 할 쟁점을 중심으로 심리계획을 세우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루에 맞추려고 필요한 증거나 주장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3. 성폭력범죄에는 별도의 배제 사유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가. 피해자 반대는 별도의 배제 사유입니다
법에는 피고인이 원하더라도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는 사유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을 배제결정이라고 합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그중 하나가 성폭력범죄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범죄에 관하여 이러한 배제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호). 다만 성범죄로 기소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가 반대하더라도 법원이 배제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은 배제결정 전에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배제결정은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 날까지 할 수 있고,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동법 제9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따라서 반대 사유와 예정된 증거조사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나. 반대 이유와 보호 가능성을 함께 살핍니다
대법원은 반대하는 구체적 이유, 당사자의 관계, 피해자의 나이와 정신상태, 보호제도를 활용해도 추가 피해를 막기 어려운지 등을 살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6. 3. 16.자 2015모2898 결정).
피해자의 부담을 가볍게 여기거나 직접 연락해 반대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필요한 증언이 무엇인지, 불필요한 사생활 노출을 줄이면서 쟁점을 심리할 방법은 무엇인지 법원에 설명해야 합니다. 다만 보호조치를 제안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이 반드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4. 신청과 공판 준비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가. 송달일과 제출기한부터 확인합니다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적은 서면을 제출해야 합니다. 서면을 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우편으로 보낼 때는 발송한 때, 수용 중인 피고인은 교도소장·구치소장 또는 직무대리자에게 낸 때 제출한 것으로 봅니다(동법 제8조 제2항·제3항).
다만 7일을 넘겼다고 기회가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기간 내 서면을 내지 않은 피고인도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9. 10. 23.자 2009모1032 결정). 그렇더라도 준비 시간을 확보하려면 송달일부터 기간을 지켜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뒤늦게 대상사건이 된 경우에는 기산점도 다릅니다. 공소장변경으로 대상이 되면 변경허가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재정합의결정으로 대상이 되면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7일을 계산합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5조 제2항).
나. 신청 의사를 바꿀 수 있는 시점은 다릅니다
의사변경은 배제결정 또는 지방법원 지원 합의부의 국민참여재판절차 회부결정(본원 합의부 이송)이 있거나,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뒤에는 제한됩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8조 제4항, 제10조 제1항). 원한다고 밝힌 피고인은 공판준비기일 종결 후에 철회할 수 없으므로, 제1회 공판기일 전이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거나 서면을 내지 않은 경우에는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한 배제결정·국민참여재판절차 회부결정이나 공판준비기일 종결 등 별도의 제한 사유가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동법 제8조 제4항, 대법원 2009. 10. 23.자 2009모1032 결정).
다. 공판준비기일에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원칙적으로 공판준비절차를 거칩니다. 다만 그 전에 배제결정이 있으면 예외입니다(동법 제36조 제1항). 법원은 공판준비기일에서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고 심리계획을 세우며, 이 기일에는 배심원이 참여하지 않습니다(동법 제37조 제1항·제4항).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이후 법정에서 다룰 쟁점과 증거조사 방법을 구체화합니다. 원본 자료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거나 증인이 확인해 줄 사실이 불분명하다면, 그 사정을 변호인과 먼저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증거를 신청하고 신문 순서를 정하며, 추가 준비가 심리계획에 미칠 영향도 살펴야 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 사선변호인을 선임해야만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합니다(동법 제7조). 변호인의 종류보다 사건의 쟁점과 증거조사 계획을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국민참여재판은 반드시 하루에 끝나나요?
A. 하루 안에 끝난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법은 원칙적으로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정하지만, 이것이 모든 증거조사까지 하루에 마쳐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별도 선고기일을 정할 수 있습니다(동법 제48조 제1항). 다만 신청 단계에서는 증인 수와 쟁점을 정리하여 집중심리가 가능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공소사실을 인정하면 신청할 수 없나요?
A. 사실을 인정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동법 제5조, 제9조 제1항). 다만 무엇을 다투고 어떤 양형 사정을 설명하려는지에 따라 준비 내용과 선택의 실익은 달라집니다.
6. 마치며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하려면 신청 대상인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어떤 증거로 사실관계를 설명할지, 심리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피해자 반대에 어떻게 의견을 제시할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공소장과 송달 자료,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보유한 대화·영상 원본부터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확보한 공판기록과 증거목록을 함께 살피면 준비된 부분과 더 확인할 부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판 방식의 선택을 검토하고, 공판준비와 증인신문, 증거 제시를 준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