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단체 징계의 자율성과 한계 - 스포츠협회 영구 등록 제한 무효 대법원 판결, 자격정지, 민법 제103조

[스포츠 징계] 협회·단체 징계의 자율성과 한계

[스포츠 징계] 협회·단체 징계의 자율성과 한계

[스포츠 징계] 협회·단체 징계의 자율성과 한계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스포츠협회나 각종 직능단체는 정관과 내부 규정을 통하여 구성원의 자격을 정하고, 일정한 의무를 위반한 구성원에게 징계를 부과합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체 스스로 운영 기준을 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자율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폭력행위와 같이 구성원의 안전과 단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내부 규정이 구성원의 직업 활동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경우입니다. 일정 기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이 징계 기간을 모두 마쳤음에도, 별도의 등록 규정 때문에 다시는 해당 분야에서 활동할 수 없다면 실질적으로는 영구적인 제명과 다름없을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2026. 7. 16. 선고 2026다202519 판결에서, 폭력행위로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람의 지도자 등록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축구협회의 내부 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판결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협회·단체의 자격 제한 및 징계 규정 운영에 미치는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자격정지 1년이 영구적인 활동 제한으로 이어진 사안

이 사건의 원고는 대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근무하던 중 심판에 대한 폭력과 과도한 판정항의를 이유로 자격정지 1년의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징계 기간이 종료되어 지도자 등록을 신청하였으나, 협회는 내부 등록규정을 근거로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문제가 된 규정은 폭력행위로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람의 지도자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해당 징계를 받은 사람은 어떠한 예외도 없이 영구적으로 지도자 등록을 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협회의 징계기준은 지도자가 폭력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이나 수단, 방법 등을 구분하지 않고 자격정지 1년 이상 또는 제명의 징계를 하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징계 감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폭력행위로 징계를 받은 지도자는 징계 기간이 끝난 뒤에도 지도자로 복귀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기간이 정해진 징계와 별도의 등록 제한이 결합하면서 사실상 영구적인 직업 활동의 배제로 이어진 것입니다.

단체의 내부 규정에도 법적 한계가 적용됩니다

법인의 정관이나 내부 규정은 단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마련된 규범으로서 원칙적으로 존중됩니다. 대법원 역시 단체 내부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등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거나, 결정절차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단체의 자율성이 구성원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 없이 침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치적 규범을 정하는 경우에도 구성원의 기본적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제한하여서는 안 되며, 강행법규에도 위반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헌법상 기본권이 사인 간의 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권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지만, 사인 간의 법률관계 역시 기본권이 지향하는 가치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합니다. 다만 성질상 직접 적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기본권 규정은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 원칙이나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 등의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효력을 미칩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등록규정이 구성원의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점을 근거로 민법 제103조 등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단체가 내부 절차에 따라 규정을 마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내용의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대법원이 주목한 영구적 등록 제한의 문제점

협회 등록 거부가 갖는 실질적 효과

대법원은 우선 해당 협회가 사실상 국내에서 개최되는 모든 축구대회를 관장하고 있고, 국내에 다른 축구협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회가 지도자 등록을 거부하면 국내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등록 제한의 영향을 판단할 때에는 규정의 문언뿐 아니라 해당 단체가 실제로 어떠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단체의 등록 여부가 특정 직업을 수행하기 위한 사실상의 전제가 된다면, 등록 거부는 구성원의 생계와 직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행위의 경중을 반영하지 못하는 일률적 제한

폭력행위 근절이라는 규정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책임의 정도와 균형을 이루는지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문제가 된 규정은 폭행의 정도, 원인, 경위, 동기, 피해회복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충분히 구별하지 않은 채 영구적인 등록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해당 폭력행위가 지도자로서의 신뢰나 자질과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는지도 개별적으로 고려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행위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지도자 활동을 영구히 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폭력에 대한 엄정한 대응이라는 목적만으로 모든 사안에 동일한 영구적 제한을 부과하는 방식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외 없는 영구적 배제

등록 제한에 아무런 예외가 없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 요소였습니다. 이 사건 규정은 일정 수준의 징계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래의 지도자 등록 가능성을 영구적으로 차단하였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을 모든 영구적 자격 제한이 당연히 무효라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협회의 사실상 독점적 지위, 폭력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징계기준, 개별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 예외 없는 영구적 제한 등을 종합하여 해당 규정의 효력을 판단하였습니다. 다른 단체의 규정 역시 제한의 목적과 강도, 적용 대상, 실제 불이익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협회·단체의 규정 운영에 주는 시사점

징계규정과 등록규정을 함께 점검하여야 합니다

협회·단체의 입장에서는 징계규정과 회원 자격 또는 등록에 관한 규정을 통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징계규정에는 일정 기간의 자격정지만 정하고 있더라도, 별도 규정이 그 징계 이력을 영구적인 결격사유로 삼고 있다면 구성원이 실제로 받는 불이익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i) 징계 자체의 내용, (ii) 징계에 수반되는 등록·활동 제한, (iii) 징계 종료 후에도 남는 불이익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각 규정만 따로 검토해서는 전체 제재의 강도와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제재의 강도와 개별 사정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의 취지를 규정 정비에 반영하려면 행위의 경중과 제재 수준이 적절히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위반행위의 유형과 정도, 반복성, 피해회복 여부, 해당 활동에 필요한 신뢰와의 관련성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구조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간의 활동 제한을 두는 경우에는 그 필요성을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일정한 요건 아래 재심사나 복귀 가능성을 검토할 절차가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절차는 제재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권리 제한을 줄이기 위한 실무적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은 제한의 근거와 효과를 구분하여 검토하여야 합니다

등록이나 활동을 거부당한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거부의 근거가 현재 진행 중인 징계인지, 과거 징계 이력에 따른 별도의 결격규정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해당 규정이 제한하는 활동의 범위와 기간, 다른 경로를 통한 활동 가능성, 개별 사정을 고려할 절차의 존재 여부 등을 검토하여야 합니다.

소송에서는 내부 규정의 문언과 함께 그 규정이 실제 직업 활동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체의 등록 거부가 해당 분야에서의 활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이는 규정의 효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단체의 자율적인 규율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그 권한이 구성원의 직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협회·단체가 구성원의 활동 기회를 폭넓게 통제할수록, 내부 규정이 부과하는 불이익의 실질과 비례성을 세심하게 검토하여야 합니다. 징계의 목적과 책임의 정도, 활동 제한의 기간 및 복귀 가능성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규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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