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잠들어 있거나 술에 취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고 간음하려 하였는데, 사실은 상대방이 깨어 있었다면 어떤 죄가 성립할까요. 준강간이 성립하지 않으니 처벌받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강간죄가 되는 것인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그러한 상태라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실행에 착수하였으며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인정된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합니다.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은 이러한 경우를 다룬 사건입니다.
1. 강간과 준강간은 무엇이 다를까
강간죄와 준강간죄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피해자의 의식 유무만이 아니라 행위자가 어떤 방법으로 간음하였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반면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즉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삼은 것인지,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한 것인지에 차이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깨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준강간이 곧바로 강간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그에 필요한 폭행·협박 등의 요건이 별도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다만 잠에서 깨어 있었거나 술에 취해 의식이 남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살펴보는 것은 단순히 눈을 뜨고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 실제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경우입니다.
2. 실제로 저항할 수 있었다면 왜 불능미수가 될까
준강간죄가 완성되려면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어야 하고, 행위자가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그러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행위자만 그렇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면, 그 상태를 이용한다는 준강간죄의 요건은 처음부터 충족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에 대한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불능미수의 문제입니다.
이 경우 행위자는 동의한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지려 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려 한 것입니다. 준강간의 고의로 실행에 착수하였고,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실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수는 반드시 신체적인 행위가 끝나지 않았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간음행위 자체가 이루어졌더라도 피해자가 처음부터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어서 준강간죄의 요건을 갖출 수 없었다면 불능미수가 문제 됩니다. 반대로 단순히 범행할 생각만 하였거나 실행에 착수하지 않았다면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3. 대법원 2021도9043 사건에서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이 사건 피고인은 술을 마신 피해자가 차량 안에서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고 간음을 시도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앞서 차에 가서 잠을 자겠다고 말하였고, 피고인이 이름을 여러 차례 부르는 등 반응을 확인하였을 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1심과 항소심은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려 하였다는 점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당시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심리 경과상 공소장변경 없이도 불능미수를 인정하였어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후 환송심에서는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의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되었습니다. 처음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끝내 처벌받지 않은 사건은 아닙니다.
4. 간음이 아니라 추행을 하였다면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고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을 한 경우에는 죄명을 구별해야 합니다. 형법 제299조는 그 상태를 이용한 간음뿐 아니라 추행도 처벌하고 있으므로, 추행에 대해서는 준강간이 아니라 준강제추행의 성립 여부를 살피게 됩니다.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더라도, 행위자가 그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할 고의로 실행에 착수하였고 위험성이 인정된다면 준강제추행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형법 제27조와 제299조, 미수범을 처벌하는 제300조에 따른 설명으로, 위 판결이 직접 판단한 준강간 불능미수와는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신체를 만진 행위 자체가 폭행에 의한 추행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강제추행죄의 성립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깨어 있었다면 언제나 준강제추행의 불능미수만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행위의 내용과 행위자의 인식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 아닌가요?
A.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과 성관계에 동의하였다는 것은 다릅니다. 바로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 판결에서도 실제 항거불능 여부와 피고인의 준강간 고의는 구별하여 판단하였습니다.
Q. 잠든 줄 알았다고 말하면 무조건 불능미수로 처벌되나요?
A. 그 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대방의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였고 이를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실행에 착수하였는지,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었는지가 증거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도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Q. 불능미수라면 처벌이 가벼운가요?
A. 형법 제27조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수라는 이유만으로 가벼운 처벌이나 벌금형을 예상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이 사건에서도 환송 후 징역형이 선고되었습니다.
6. 마치며
상대방이 잠들거나 술에 취해 저항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간음하려 하였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면, 강간과 준강간 중 하나를 단순히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준강간의 고의로 실행에 착수하고 위험성까지 인정되는 경우에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처벌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깨어 있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행위자가 당시 무엇을 보고 들었으며 상대방의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였는지도 중요합니다. 혐의를 받거나 피해를 신고하려는 경우에는 당시 대화와 행동, 전후 연락 내용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실제 상태와 인식을 나누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