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연락 뒤 카톡 삭제 | 증거인멸 대법원 2024도15728

수사기관에서 연락을 받으면 가장 먼저 카카오톡 대화나 게시글부터 지워야 하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대방이 문제 삼은 표현을 계속 남겨 두는 것도 불안하고, 그대로 두면 수사기관이 불리한 증거로 사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신의 사건에 관한 자료를 삭제했다고 해서 곧바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삭제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삭제 시점과 방법에 따라 증거인멸 우려를 키우고, 진술의 신빙성이나 양형에서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삭제를 부탁한 경우에는 별도의 형사책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삭제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원본을 보존하고 사건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1. 자기 사건의 자료를 지우면 모두 증거인멸죄일까

가.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을 전제로 합니다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됩니다(형법 제155조 제1항). 문언상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스스로 없앤 행위는 원칙적으로 이 조항의 증거인멸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대법원도 2026. 1. 15. 선고 2024도15728 판결에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원심판결 중 일부를 파기환송한 판결이므로, 개별 삭제 행위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소 대상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대화나 게시글을 지웠다는 사실만으로 증거인멸죄가 당연히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동법 제155조).

나. 다른 사람에게 삭제를 부탁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족, 직원, 지인이나 공범에게 자료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자신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행위도 원칙적으로는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법이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하면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한편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증거인멸 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가족을 처벌하지 않는 특례가 있습니다(동법 제155조 제4항). 다만 이 특례가 삭제를 부탁한 본인의 교사 책임까지 당연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가족에게 부탁한 경우에도 방어권 남용 여부는 별도로 판단됩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행위의 태양과 내용, 당사자 사이의 관계, 당시의 구체적 상황, 형사사법작용을 방해할 위험 등을 종합해 방어권 남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회사 계정이나 공동으로 관리하는 대화방처럼 자료가 다른 사람의 사건과도 연결되어 있다면 단순히 자기 자료를 정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범죄가 아니어도 삭제가 위험한 이유

가. 삭제 사실 자체가 증거인멸 우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지와 수사·재판에서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다고 평가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를 인멸할 염려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사유 중 하나입니다. 피고인에 대해서는 구속 사유로 규정되어 있고, 수사 단계의 피의자 구속도 그 사유를 원용하는 구조입니다(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01조 제1항). 수사 연락을 받은 직후 게시글과 대화를 집중적으로 삭제한 흔적이 확인되면, 향후에도 관련 자료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나 플랫폼에는 삭제 시각, 로그인 기록, 수정 이력, 백업 자료가 남을 수 있습니다. 삭제하면 내용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포렌식이나 상대방이 보관한 캡처를 통해 복원되면 오히려 왜 그 시점에 삭제했는지가 새로운 쟁점이 됩니다.

나. 진술의 신빙성과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조사에서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 삭제된 게시물이 확인되면 원래 혐의뿐 아니라 진술 전체의 신빙성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 표현의 맥락을 보여주는 앞뒤 대화까지 함께 지워진 경우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스스로 없애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형을 정할 때에는 범행 후의 정황도 참작됩니다(형법 제51조).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은 뒤 관련 자료를 없애거나 상대방에게 말을 맞추도록 한 행동은 반성이나 피해 회복과는 다른 방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삭제 행위가 별도의 범죄가 아니라는 설명만으로 이러한 불이익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3. 삭제보다 먼저 해야 할 보존 조치

가. 게시물과 대화의 원본 상태를 확보합니다

먼저 문제 된 게시글의 전체 화면, 작성일시, 인터넷주소, 댓글과 수정 이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는 일부 문장만 캡처하지 말고 앞뒤 대화와 날짜, 상대방 정보가 함께 보이도록 보존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플랫폼의 대화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원본 파일도 따로 저장합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에서는 특정 문장만큼이나 게시 경위, 대화의 흐름, 공개 범위,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불리해 보이는 문장만 골라 지우면 그 문장을 해명할 수 있는 전체 맥락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나. 공개 중단과 증거 보존을 구분해야 합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게시글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삭제할 필요가 있는 사건도 있습니다. 다만 공개를 중단하는 것과 증거 자체를 없애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원본과 작성·수정 정보를 먼저 확보한 뒤 공개 범위를 줄이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상대방이 삭제를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요구받은 내용과 삭제 전 상태를 보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삭제를 합의 조건으로 삼는 경우에는 어떤 게시물과 복제본까지 처리할지, 삭제 후 확인 방법은 무엇인지 문서로 특정해야 분쟁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4. 사건 유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지점

개인 계정에 작성한 한 개의 게시글과 회사 계정, 공동 대화방,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저장장치에 있는 자료는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본인 사건의 자료라고 생각했더라도 다른 피의자나 회사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까지 함께 없애는 결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 삭제와 내용을 바꾸어 다시 만들거나 허위 대화를 제출하는 행위도 구분해야 합니다. 존재하던 자료를 없애는 것과 수사기관의 판단을 그르치기 위해 새로운 허위 자료를 만드는 것은 법적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게시글이 아직 공개되어 피해가 계속되는 사건이라면 무조건 그대로 두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이 이미 제출을 요구했거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위험이 훨씬 큽니다. 결국 수사기관 연락을 받은 시점, 자료의 소유·관리 주체, 공범이나 제3자의 사건과의 관련성, 수사기관의 보존·제출 요구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5. 조사 전에 정리할 사항

조사 전에는 삭제 여부부터 설명하려고 하기보다 문제 된 자료가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어야 합니다. 게시글 주소와 작성일, 대화 상대방, 사용한 계정과 기기, 수정·삭제 여부, 원본이나 백업의 보관 위치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미 삭제했다면 숨기려고 추가 삭제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언제 어떤 이유로 삭제했는지, 상대방의 요청이 있었는지, 공개를 중단하기 위한 조치였는지, 별도로 보존한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복원이 가능한지 확인하지 않은 채 “완전히 없어졌다”고 단정하는 진술도 피해야 합니다.

확인 항목

먼저 확보할 내용

주의할 점

문제 된 자료

게시글·대화 전체와 작성일시

일부 문장만 골라 보존하지 않기

계정과 기기

계정 소유자·관리자·접속 기기

공동 관리 자료인지 확인하기

삭제 경위

삭제 시각·이유·요청한 사람

추측으로 경위를 만들지 않기

수사기관 요구

제출·보존 요청과 압수 여부

요구 후 임의 변경하지 않기



6. 상담 전에 준비할 자료

상담 전에는 ① 경찰이나 검찰에서 받은 연락, ② 고소장 또는 정보공개 자료, ③ 문제 된 게시글과 전체 대화, ④ 계정 로그인·수정·삭제 이력, ⑤ 상대방의 삭제 요구나 합의 대화, ⑥ 자료를 함께 관리한 사람의 범위를 준비하십시오.

휴대전화를 교체했거나 계정을 탈퇴했다면 그 시점과 이유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클라우드 백업, 이메일 알림, 다른 기기에 남은 대화처럼 원본을 확인할 경로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자료의 내용을 보기 전에 삭제 여부부터 결정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증거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제 게시글을 제가 삭제하면 증거인멸죄인가요?

A.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스스로 삭제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증거인멸죄 대상이 아닙니다(동법 제155조). 다만 구속 여부, 진술의 신빙성, 양형에서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으므로 삭제해도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Q. 상대방이 지워 달라고 해서 삭제한 경우도 문제가 되나요?

A. 삭제 요구 내용과 시점, 삭제 전에 원본을 보존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공개 중단과 수사에 필요한 자료 자체의 폐기는 구분해야 합니다.

Q. 가족이나 직원에게 자료를 지워 달라고 부탁해도 되나요?

A. 타인에게 삭제를 부탁한 행위가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하면 증거인멸교사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한 행위에는 형법상 처벌하지 않는 특례가 있지만, 삭제를 부탁한 본인의 책임까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 계정이나 회사 자료는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과도 연결될 수 있으므로 임의로 지시해서는 안 됩니다.

Q. 이미 카카오톡 대화를 삭제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추가 삭제를 중단하고 백업, 상대방 보관본, 다른 기기와 이메일 알림 등 복원 가능한 경로를 확인해야 합니다. 삭제 시점과 이유를 자료에 맞춰 정리하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측해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8. 마치며

수사기관 연락 뒤 카카오톡이나 게시글을 삭제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형사처벌 여부만 보고 삭제를 결정하면 증거인멸 우려, 진술 신빙성, 양형이라는 더 현실적인 위험을 놓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삭제가 아니라 보존입니다. 문제 된 자료의 전체 맥락과 작성·수정 정보를 확보한 뒤, 공개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와 수사기관에 제출할 범위를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미 삭제가 이루어졌다면 추가 조작을 멈추고 남아 있는 자료와 삭제 경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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