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광고를 보고 현금만 전달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보이스피싱 사기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정말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채용 경위와 업무 지시 내용에 따라 무죄로 다툰 사례도 있어, 입건 직후의 대응이 결과를 가릅니다.
"몰랐다"는 항변으로 부족한 이유, 미필적 고의
미필적 고의란 범죄가 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결과를 용인하고 행위로 나아간 경우를 말합니다. "100% 확실히 보이스피싱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하더라도, 수사기관과 법원은 객관적 정황상 정상적인 아르바이트가 아닐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살핍니다.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이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 방법이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몰랐더라도,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했으면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이 법리는 이후 판결에서도 그대로 재확인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도13466 판결).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전형적 정황
대법원이 2024도10141 판결에서 고의 인정의 근거로 든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정상적 채용, 면접·신원확인·근로계약 없이 당일 즉시 채용된 경우
비대면·익명 지시,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비공개 대화방으로만 업무 지시가 이루어진 경우
비정상적 현금수거, 도착 직전에야 대상·전달 서류를 통보받고 타인을 사칭해 현금을 수령한 경우
제3자 명의 쪼개기 송금, 수거한 현금을 100만 원씩 타인의 성명·주민번호로 분할 송금한 경우
조악한 위조 문서 교부, 금융감독원·금융기관 명의 문서를 아무 곳에서나 출력해 교부한 경우
단기간 고액·반복, 짧은 기간에 상당한 대가를 받으며 수거를 반복한 경우
이런 신호는 정상적인 아르바이트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므로, 수사기관은 "적어도 정상적인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은 인식했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 수거책이라도 실형 가능성, 조직범죄 양형
보이스피싱은 일반 사기와 달리 조직적·계획적 범죄로 평가되어,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도 일반 사기보다 무겁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아도 초범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단순 수거책이라는 사정만으로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피해액이 누적되면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무죄로 다툴 수 있다, 방어의 출발점
미필적 고의는 검사가 엄격하게 증명해야 하는 요건입니다. 실제로 현금수거책 사안에서 고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1도3320 판결). 채용 경위의 정상성, 의심한 즉시 업무를 중단한 정황, 대화 기록에 드러난 고의 부존재 자료 등을 초기에 확보하면 충분히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전직 검사의 관점에서, 수사 초기에 어느 정황이 약한지를 정확히 짚어 진술 방향을 잡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입건 직후 반드시 지켜야 할 대응 원칙
휴대전화·메신저 기록을 절대 삭제하지 마세요. 증거인멸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가 될 수 있고, 고의가 없었음을 소명할 유리한 자료까지 사라집니다.
첫 조사 진술을 신중히 하세요. 첫 피의자신문 진술은 재판까지 가장 강력한 증거로 쓰이며, 무심코 인정한 사실은 번복하기 어렵습니다.
사건 관련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조사 전에 형사 전문 변호사와 진술 방향을 상의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FAQ)
Q1. 현금만 전달했을 뿐인데도 처벌되나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단순 전달이라도 사기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황에 따라 다투어 볼 여지가 있습니다.
Q2.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하면 무죄인가요?
단순 부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비정상적 채용·지시·송금 정황이 있으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3. 초범인데 실형까지 가나요?
조직범죄 양형 기준이 적용되어 초범에게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Q4. 텔레그램·카톡 대화를 지우면 유리한가요?
오히려 증거인멸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고의 부존재를 뒷받침할 자료까지 잃게 됩니다. 삭제하지 마세요.
Q5. 무죄로 다툴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채용·업무 경위가 정상적이었거나 의심 즉시 중단한 정황이 있고, 검사의 고의 증명이 부족하면 무죄로 다툴 수 있습니다.
글쓴이 ㅣ 이경준 변호사 (전 의정부지검 검사)
법무법인 청출 형사전담. 검찰 수사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등 조직범죄 사건의 초기 대응과 방어 전략을 자문합니다.
본 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