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한정 차용금과 횡령죄의 경계 (대법원 2025도16015 판결) - 법무법인 청출 이경준 변호사

[형사] 빌린 돈 못 갚으면 횡령일까 — 2025도16015 판결

[형사] 빌린 돈 못 갚으면 횡령일까 — 2025도16015 판결

[형사] 빌린 돈 못 갚으면 횡령일까 — 2025도16015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의 이경준 변호사입니다.

“특정 용도로만 쓰기로 하고 빌려준 돈을 다른 데 썼다”는 이유로 횡령죄 고소장이 접수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 거래의 잔금·계약금, 사업자금, 동업 운영비, 경매 입찰보증금 등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나 모든 “용도 위반”이 횡령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치는 경우가 있고,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계를 가르는 핵심 개념이 바로 “위탁관계의 존속 여부”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대법원이 최근 분명한 기준을 다시 정리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5도16015 판결」(횡령, 상고기각)이 그것입니다. 부동산 경매 입찰보증금 사례를 통해 “언제 위탁관계가 종료되고 언제 단순한 채권·채무관계로 전환되는가”를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1. 사건의 개요 - 입찰보증금 차용 후 환부받은 돈의 임의 소비

피고인은 피해 회사로부터 부동산 경매 입찰보증금 납부 용도로 한정하여 34,087,800원을 차용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 돈으로 법원에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였고, 최고가매수신고인으로 매각허가결정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매각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경매가 유찰되었습니다. 이에 피해 회사는 토지 매각가격 저감을 염려하여 경매신청 자체를 취하하였고, 법원으로부터 이미 납부한 입찰보증금 및 이자 합계 34,117,958원을 피고인이 환부받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환부금을 피해 회사에 지급하기로 약속하였음에도 이를 위반하고 임의로 소비하였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을 횡령죄로 기소하였습니다. 1심·항소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여 무죄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 위탁관계의 종료 시점이 핵심

대법원은 먼저 횡령죄의 기본 구조를 재확인하였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일 것, ② 행위자와 소유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할 것, ③ 그 위탁관계에 기하여 보관 중인 재물을 “임의로 소비”할 것이라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음으로 “용도 한정 위탁금”의 특수성을 정리하였습니다. 목적·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그 정해진 용도에 사용될 때까지는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므로, 수탁자가 그 단계에서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7도10341 판결 참조).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그 다음 단계입니다. 차용한 돈을 정해진 용도(입찰보증금 납부)에 “이미 사용한 후”, 사정 변경으로 그 돈이 다시 피고인에게 환부된 경우 그 환부금에 대해서도 위탁관계가 계속 유지된다고 볼 수 있는가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정해진 용도로 사용된 시점에서 위탁관계는 종료되었으므로, 그 후 환부된 금전은 피고인의 소유에 속한다”고 보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횡령·배임·사기·단순 채무불이행 - 어떻게 구별하는가

재산범죄 중 일반 시민이 가장 헷갈리는 영역이 횡령·배임·사기·단순 채무불이행의 구별입니다.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할 때 성립합니다. 핵심은 “재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입니다.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합니다. 횡령이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배임은 “재산상 이익”을 대상으로 합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처음부터 속일 의사”로 상대방을 기망하여 재물·재산상 이익을 받았을 때 성립하고, 이 점이 단순 채무불이행과 결정적으로 구별됩니다.

단순 채무불이행은 형사범죄가 아닙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한 것 자체로는 형사책임이 발생하지 않고, 민사 소송을 통한 채권 회수의 문제일 뿐입니다. 따라서 형사 고소·고소대리를 받을 때는 “당해 사안이 횡령·배임·사기 중 어느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 채무불이행에 그치는지”를 가장 먼저 분석해야 합니다.


4. 2025도16015 판결의 실무적 의미

이번 판결은 “용도 한정 차용금”이라고 하여 무조건 횡령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위탁관계가 존속하는 동안(=용도대로 사용되기 전까지)은 횡령죄가 성립하지만, 일단 정해진 용도로 사용된 후에는 위탁관계가 종료되어 그 후의 사정에 대해서는 횡령죄로 의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본 판결은 부동산 거래·경매·동업·투자약정 등 자금이 “용도 약정” 하에 오가는 모든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 법리입니다. 동업자가 사업자금을 다른 곳에 썼다거나, 부동산 매수인이 잔금을 다른 데 썼다는 사건에서도 “그 시점에 위탁관계가 존속하였는지, 이미 종료되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한편 본 판결은 횡령 무죄 사건이지만, 그것이 곧 “피고인이 책임을 면하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피고인은 여전히 차용금 미반환에 따른 민사상 채무를 부담합니다. 형사·민사가 분리되는 영역이라는 점을 의뢰인에게 정확히 안내하는 것도 변호인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5. 의뢰인이 사건 초기에 확인해야 할 사항

용도 약정이 있는 금전 거래에서 횡령 고소를 당하였거나, 반대로 횡령 고소를 검토 중인 의뢰인이라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약정의 구체적 내용”입니다. ① 차용 당시 용도가 명시적으로 약정되었는지, ② 그 약정이 서면(차용증·합의서·메신저)으로 남아 있는지, ③ 약정된 용도로 실제 사용된 흔적이 있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위탁관계의 종료 시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④ 약정된 용도로 사용된 시점이 언제인지, ⑤ 그 이후 발생한 사정 변경(거래 무산·경매 취하·계약 해제 등)이 있는지, ⑥ 사정 변경 후 돌려받은 금전이 처음의 차용금과 동일한 성질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횡령·배임·사기·단순 채무불이행” 중 어느 영역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동일한 사실관계라도 ⑦ 처음부터 갚을 의사가 없었다면 사기, ⑧ 위탁관계가 존속하는 단계에서 임의 소비하였다면 횡령, ⑨ 위탁관계가 종료된 후의 미반환이라면 단순 채무불이행에 그칠 수 있습니다. 이 분류에 따라 변론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6. 마무리

이번 2025도16015 판결은 “용도 한정 위탁금”이라는 표현 하나로 횡령죄가 자동 성립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보여 주었습니다. 위탁관계가 살아 있는 구간과 종료된 구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고, 그 경계의 사실 인정이 사건의 유·무죄를 가른다는 점에서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재구성하는 변호 작업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재산범죄로 고소를 당하였거나 고소를 검토 중인 분이라면, 단순히 “돈을 못 받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위탁관계가 어떻게 종료되었는가”를 형사 구성요건의 언어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형사전문변호사와 상담하여 변론 전략을 함께 설계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국내 5대 대형로펌, 검찰, 대기업 법무팀 출신의 변호사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한 명의 변호사가 아닌 사건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팀을 구성하여 대응합니다. 청출은 특정 쟁점만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목표 달성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주저없이 청출에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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