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석재판 증거동의간주와 공판기일 소환 | 대법원 2022도924 파기환송

재판에 나가지 못한 사이 검사가 낸 증거가 전부 채택되었다면, 그 기일에 소환장이 실제로 송달되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2도924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2항의 증거동의간주가 ‘법원이 적법하게 불출석재판을 할 수 있는 공판기일’에서만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하며 파기환송했습니다. 지금 하실 일은 각 공판기일의 소환장 송달 여부를 기록에서 대조하는 것입니다.



1. 사건의 경과 — 소환 없이 이어진 기일들

피고인들은 자동차불법사용으로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재판 중 국외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제1심은 제5회, 제6회 공판기일 소환장을 형사사법공조절차로 외국송달해 적법하게 소환했고, 피고인들이 연속해 나오지 않자 불출석재판을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제7회 기일은 외국송달이 되지 않았는데도 법원은 기일변경명령을 변호인에게만 보냈습니다. 이후 기일은 법정에서 구두로 고지하는 방식으로만 이어졌고, 변호인이 사임한 제9회 기일에는 검사만 출석한 가운데 검사 제출 증거 전부가 증거동의간주로 채택되었습니다. 제1심은 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록에 국외 주소가 분명한데도 외국송달 없이 공시송달결정을 했고, 이후 공판기일 소환장만 외국송달하면서 소송기록접수통지서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제1심 증거조사 결과의 요지만 고지한 뒤 곧바로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2. 쟁점 — 소환이 빠진 기일의 증거동의간주도 유효한가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2항은 피고인이 출정하지 않은 때에 증거동의를 간주합니다. 다만 이 조항에는 ‘피고인의 출정 없이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라는 전제가 붙어 있습니다. 한 번 적법하게 불출석재판이 시작되면 이후 기일에는 소환장을 따로 보내지 않아도 되는지, 소송기록접수통지가 부적법한 상태에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전에 선고해도 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증거동의간주는 ‘적법하게 불출석재판을 할 수 있는 기일’에서만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제318조 제2항에 따라 증거동의간주를 하고 피고인의 출석 없이 증거조사를 하려면, 증거동의간주가 이루어지는 그 공판기일이 같은 법 제458조 제2항, 제365조에 따라 법원이 적법하게 불출석재판을 할 수 있는 공판기일이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피고인이 법정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부재가 적법한 소환을 거친 결과여야 합니다.

나. 소환 누락은 그 뒤의 기일까지 연쇄적으로 무효로 만듭니다

이 판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입니다. 대법원은 제7회 기일 소환이 없었으므로 그 기일의 불출석재판이 부적법하고, 그 기일에 이루어진 제8회 기일 구두 고지도 효력이 없으며, 따라서 제8회 기일과 거기서 고지된 제9회 기일도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증거동의간주와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제9회 기일 자체가 적법한 소환을 결여했으므로 그 증거조사는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소환 누락 한 번이 이후 절차 전체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다. 항소심은 증거조사를 새로 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으로서는 소환장과 통지서를 외국송달한 뒤 증거조사 절차를 새롭게 진행해 증거능력을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아울러 부적법한 공시송달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개시조차 되지 않았는데 판결을 선고한 것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소송절차의 법령위반이라고 직권으로 판단했습니다.



4. 관련 법조문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2항은 피고인의 출정 없이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출정하지 않으면 증거동의를 간주하되, 대리인 또는 변호인이 출정한 때에는 예외로 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변호인이 사임한 뒤 검사만 출석한 기일에 간주가 이루어진 점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같은 법 제365조는 피고인이 불출정하면 다시 기일을 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나오지 않은 때에 비로소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하며, 제458조 제2항이 이를 정식재판절차에 준용합니다. 공시송달은 제63조 제1항, 제2항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항소심에서는 제361조의2가 소송기록접수통지를, 제361조의3 제1항이 통지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의 항소이유서 제출을 정합니다.

위 조문들은 이 판결들의 선고 당시와 현행 문언이 같습니다. 다만 제361조의3 제1항은 2007. 12. 21. 개정으로 제344조의 재소자 특칙 준용이 추가되어, 지금은 구금 중인 피고인이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에게 제출하면 기간 내 제출로 인정됩니다. 20일이라는 기간 자체는 변함이 없습니다.



5. 실무상 의미 — 2007도5776 판결과의 관계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도5776 판결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이 두 차례 불출석해 그 출석 없이 증거조사를 한 경우 증거동의가 간주되고, 항소심에서 철회 의사를 밝혀도 이미 부여된 증거능력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 법리를 뒤집은 것이 아니라 전제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2007도5776 사건은 ‘적법한 소환’을 받고도 나오지 않은 사안이었습니다. 다툴 지점은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기일이 애초에 적법했는가’입니다.



6. 이 판례가 내 사건에 어떤 의미인가

주소를 옮겼거나 국외에 머무는 동안 재판이 진행되어 뒤늦게 판결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사실관계부터 설명하려 하기 쉽지만 먼저 볼 것은 절차이고, 특히 기일이 법정에서 구두로만 고지되며 이어졌다면 그 지점이 출발점입니다.

확인할 자료는 구체적입니다. 각 기일의 소환장과 송달보고서, 공판조서의 고지 방식과 증거동의간주 기재, 변호인 사임 시점, 소송기록접수통지서 송달일자, 항소심 변론종결일과 선고일입니다. 사건기록 열람·등사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소환이 한 번 빠진 뒤의 기일들이 구두 고지로만 이어졌다면 그 이후 증거조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적법한 소환을 받고도 출석하지 않았다면 절차 위법을 주장하기 어려우므로 양형과 실체 쟁점에 힘을 싣는 편이 실효적입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재판이 진행된 줄 모르는 사이에 판결이 났습니다. 다시 다툴 수 있나요?

A. 각 기일의 소환이 적법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법이 있었다면 상소나 상소권회복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먼저 송달보고서와 공판조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Q. 한 번 불출석재판이 시작되면 이후 기일은 소환하지 않아도 되나요?

A. 아닙니다. 이 판결은 소환이 빠진 기일의 불출석재판이 부적법하고, 그 기일에서 고지된 다음 기일도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Q. 변호인만 법정에 나가도 증거동의가 간주되나요?

A. 아닙니다. 제318조 제2항 단서는 대리인 또는 변호인이 출정한 때를 예외로 정합니다. 다만 변호인이 사임한 뒤라면 이 예외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Q. 항소이유서를 20일 안에 내지 못하면 무조건 기각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소송기록접수통지가 부적법했다면 기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또한 제364조 제2항에 따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는 법원이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습니다.



8. 마무리

이번 판결은 불출석재판이 한 번 시작되면 그대로 굴러간다는 실무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증거동의간주도 항소심의 심판도 적법한 소환과 송달 위에서만 효력을 가집니다.

재판에 출석하지 못한 채 판결을 받으셨다면 유죄 여부를 다투기 전에 각 기일의 소환부터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송달과 소환의 적법성 검토부터 증거능력 다툼까지 함께 살펴 드립니다.



참고 법령·판례

형사소송법 제63조, 제318조 제2항, 제344조, 제361조의2, 제361조의3 제1항, 제364조, 제365조, 제458조 제2항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2도924 판결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도5776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이 글은 의정부지검 등에서 검사로 근무한 이경준 변호사의 형사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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