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 기존 저작물을 활용한 어문저작물 제작 시 유의사항]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신준선 변호사입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가장 흔히 마주치는 고민 중 하나는 기존의 영상, 이미지나 캐릭터를 활용하고 싶은데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영상, 음악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시대이지만, 교재나 도서와 같은 어문저작물 제작에서도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때 어떤 법적 기준으로 판단하고 접근해야 할지, 저작권법 적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한 출판사에서 교재를 제작하면서 유명 도서의 표지(삽화가 포함된)와 역사적 인물의 사진을 활용하고 싶은데 이용 동의나 허락을 구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자체적으로 생각해낸 여러 대안의 적법성에 대한 법률 자문을 요청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해당 사례를 바탕으로 저작물 활용 시의 법적 고려사항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Question]
영리목적 어문저작물 제작 시, 저작물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다음 경우들의 적법성은?
1) 출처를 표시하고 저작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2) 원저작물과 동일하게 저작자인 삽화가에게 새로 제작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
3) 원저작물과 유사하게 제작하는 경우
[Answer]
1.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 제한에 관한 조항 (저작물 이용이 허락되는 경우)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저작권법은 제23조부터 제35조의5까지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들을 두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은 교육 목적의 이용과 관련하여 제25조에서 교육기관의 수업목적상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 복제·전송을 허용하고, 제28조에서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한 정당한 범위 내 ‘인용’을 허용하며, 나아가 제35조의5에서는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지 않는 경우 저작물 이용을 허용하는 포괄적 ‘공정이용’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정이용 여부는 이용의 목적 및 성격(영리성 또는 비영리성 등),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저작물의 현재 또는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2. 출처표시 후 저작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제37조는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실무자들은 출처를 명시하였으니 정당한 저작물 이용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작물 이용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며(저작권법 제46조), 허락 없이 사용가능한 경우에 해당하려면 그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판례는 저작권법 제28조를 통한 ‘인용’의 경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7다34839 판결, 2004. 5. 13. 선고 2004도1075 판결 등 참조)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례로 돌아와 살펴보자면, 출판사는 영리목적으로 교재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점, 단순 표지 인용 및 소개라고 하더라도 표지에 저작물인 삽화가 포함되어 있는 점, 원저작물의 내용까지 일부 차용하는 등 인용의 비중이 과도한 경우에는 원저작물의 현재 시장가치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점에 비추어, 이를 정당한 범위 내의 인용이라고 보기 어려워 보이므로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어서 역사적 인물의 초상사진의 경우 초상권에 관한 쟁점이 별도로 검토되어야 하는데, 상기 사례에서는 대상인물이 과거의 인물로서 현재 사망하였으므로 초상권 문제는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 경우에 해당하였습니다. 다만 과거 인물을 촬영한 사진이라도 이를 촬영한 자 및 사진의 제공경로 등 출처가 명확하다면 해당 출처에서 이미지가 유료로 제공되는지 등을 살펴서 사용에 관한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3. 원저작물과 동일하게 삽화가에게 새로 제작 의뢰하는 경우
이런 경우 실무자로서는 원 저작자인 삽화가로부터 별도로 동일한 저작물을 제공받았으므로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례를 검토해보면, 인용도서의 표지와 동일한 삽화라면 삽화가와 인용도서 출판사 사이의 계약관계에서 삽화를 별도 목적사용에 대한 제한규정이 당연히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향후 해당 출판사로부터 법적 조치 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 역시 적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4. 다른 사람으로부터 유사하게 제작한 삽화를 받는 경우
인용하려는 표지의 삽화를 원 저작자가 아닌 다른 삽화가를 통해 유사하게 제작한다고 하여도, 결론적으로 이는 불법복제로서 저작권 침해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상기 사례의 경우 대상 도서를 소개하기 위한 복제이므로 침해되는 원저작물이 당연히 특정되어, 원 저작자의 저작권법상 복제권, 배포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될 것입니다.
5. 결론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담당자는 정당한 경로로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구하려고 하다가도 그 과정이 복잡하거나 비용상의 문제로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나아가 사례와 같은 대안들을 떠올려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저작권자의 명시적 허락을 받는 것이고, 특히 영리적 목적의 콘텐츠 제작에 있어 저작물 이용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사용했을 경우, 추후 저작권 침해가 문제될 때 민형사상 책임이 더욱 무겁게 부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자로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저작물 이용에 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저작권자와의 사전 협의를 통한 이용허락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저작권자 역시 자신의 저작물이 허락 없이 부당하게 이용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그 예방 및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준선 변호사는 다양한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풍부한 자문 및 분쟁해결 경험을 보유하고 있사오니, 관련하여 법률자문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