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배기형 변호사입니다.
통상 변제라 함은 채무자가 진 빚을 갚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만일 빚이 있지 않은데 이를 갚았다면 이를 “비채변제”라고 해서 이를 돌려받을 수 있죠.
그런데 민법 제742조는 비채변제에 관해서 “채무 없음을 알고 변제한 경우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해서, 비채변제에 관한 특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른 바 ‘악의의 비채변제’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없는 빚을 갚는 일이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민법 제742조의 악의의 비채변제는 소송에서 자주 다루어집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비채변제의 요건과 적용사례를 판례를 중심으로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Question]
비채변제란 무엇이며, 반환청구가 불가능한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Answer]
채무가 없음을 ‘알고’ 변제했다면 반환청구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742조는 채무가 없음을 인식하고 변제한 경우에는 해당 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반대로, 채무가 없음을 모르고 변제한 경우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강제적 상황이나 변제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반환청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판례상으로는 “채무 없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는 요건을 좀 더 확장해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채무를 몰랐던 경우는 포함되는데, 채무 없음을 인식한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죠.
유형별로 분류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반환청구권을 유보한 경우 : 채무는 없지만 일단 변제한다는 유보를 붙인 경우 2. 변제를 합리적으로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 : 변제가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경우 |
실무상으로는 주로 “2. 변제가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여부를 두고 다툼이 많이 발생합니다.
실제 대법원 판결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공장 전기요금 변제 사건 (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432 판결)
사실관계: A가 공장을 매수했는데, 이전 소유자 B가 남긴 미납 전기요금이 있었습니다. 전기 공급업체는 미납 요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전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고, A는 공장 가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B의 미납 요금을 대신 변제했습니다.
핵심요소: 전기공급 중단을 우려
대법원 판결 : 대법원은 A의 변제를 “강요된 변제”로 보았습니다. 변제하지 않으면 공장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A가 이미 납부한 금액에 대해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사례 2: 노동청 지시에 따른 퇴직금 변제 사건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8다2487 판결)
사실관계: C가 노동청의 지시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했는데, 나중에 해당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핵심요소: 노동청 지시로 인한 변제
대법원 판결 : 대법원은 노동청 지시만으로 강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C가 이미 지급한 퇴직금을 다시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단순히 공적 기관의 권고나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적 변제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사례 3: 수표 부도 우려로 인한 변제 사건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18535 판결)
사실관계: D는 배서가 위조된 약속어음을 본인의 것이라고 오인한 채 어음원리금 지급을 위해 수표를 발행하였고, 약속어음을 반환받은 후에야 배서부분이 위조된 것을 알았으나 수표 부도시 형사책임을 질 것을 우려하여 수표금을 결제하였습니다.
핵심요소: 수표부도로 인한 형사책임의 위험
대법원 판결 : 대법원은 수표가 부도되면 발생할 형사책임을 우려하여 변제한 경우에는 민법 제742조가 본문이 적용되지 않고 반환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을 종합해 보면, 악의의 비채변제의 판단 기준이 ‘단순 권고’와 ‘심각한 불이익이 우려되는 사정’을 구별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비채변제 문제는 그 자체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기 쉬우므로, 임의로 판단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사전에 법률적 자문을 구하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없는 채무를 변제’하는 비채변제는 통상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거래관계가 복잡하거나, 채무의 존부가 불분명함에도 시간적, 상황적으로 급박한 상황에서 변제가 완료되는 경우에서 발생하는 문제니까요.
항상 채무를 변제하기 전에는 실제 채무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불가피하게 채무 존부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변제를 하는 경우에도 유보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거나, 강제적인 변제임을 입증한 자료를 남겨두셔야 추후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국내 5대 대형로펌인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출신과 대기업 법무팀 출신의 변호사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한 명의 변호사가 아닌 사건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팀을 구성하여 대응합니다. 청출은 특정 쟁점만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목표 달성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주저없이 청출에 문의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