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을 요구했다는 사실만으로 공갈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제 피해를 입었거나 돈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요구하는 방법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넘었다면 공갈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공갈로 고소당했다면 무엇 때문에 돈을 요구했는지와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를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나인데 왜 피의자가 되었느냐”는 억울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이경준 변호사입니다. 합의 과정에서 오간 말은 앞뒤 사정이 빠진 채 고소장의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대법원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른 사례를 살펴보면, 조사 전에 어떤 내용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1. 돈을 받을 권리와 요구하는 방법은 함께 살펴야 합니다
공갈죄는 상대방을 공갈하여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 범죄입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미수범도 처벌합니다(형법 제350조 제1항, 제352조). 돈이 실제로 오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협박은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반드시 직접적인 말로 표현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말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이 어떤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인식하게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정당한 권리를 실현하려는 경우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때는 추구한 목적과 선택한 수단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도2422 판결).
2. 실제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었던 사건도 있습니다
위 판결에서 임차인은 점포를 제때 넘겨받지 못해 개업이 무산되자, 이미 지급한 보증금과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금전을 요구할 근거 자체가 없었던 사건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동원해 위해를 가할 것처럼 말하고, 상대방 가족까지 언급하는 등 강한 위협을 가했습니다.
원심은 이를 권리행사로 보아 무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그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요구 과정의 위협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직접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아니라는 점도 구별해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손해가 있었다면 그 내용과 청구액의 근거를 제시하되, 요구 과정에서 사용한 표현도 따로 살펴야 합니다. 손해액을 입증하는 자료만 준비하고 문자나 통화 내용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대응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3. 합의금 5천만원을 요구했지만 유죄 판단이 뒤집힌 사건
반대로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 5천만원을 요구한 사람이 공갈미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이 사건에는 동거인의 폭력성과 칼부림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그 말만 떼어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가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인식하게 된 경위, 동거인이 실제 폭력을 행사했던 사정, 합의금 요구가 일회적이었고 고소 후 추가 요구가 없었다는 사정 등을 함께 살폈습니다.
대법원은 성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합의금 요구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갈의 범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충분히 증명되었는지도 문제 삼았습니다. 환송 후 수원지방법원은 2025. 7. 21. 무죄를 선고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4노7637 판결). 다만 이 판결의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이 5천만원까지 요구해도 된다거나, 한 번만 위협하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표현이라도 실제 피해 주장과 요구 경위, 전체 대화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성범죄 불송치 결과 하나만으로 공갈 혐의까지 결론 낼 수도 없습니다.
4. 고소나 인터넷 게시를 언급하면 무조건 공갈일까요
고소하겠다는 말과 함께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해서 언제나 공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소나 게시 자체가 적법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전 요구의 수단도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고소와 인터넷 게시, 사무실 방문 등으로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던 사람이 그 행위를 중단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계속 업무에 지장을 줄 듯한 태도를 보인 사안에서 공갈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406 판결).
다만 이 판결은 별도의 무고죄 부분에 잘못이 있어, 함께 형이 정해진 공갈미수 부분도 파기되었습니다. 공갈 판단을 수긍한 법리와 파기환송의 이유를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결국 고소를 취소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제안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권리를 주장했는지, 실제로 어떤 압박을 가했는지, 돈을 요구한 목적과 방법이 어느 정도였는지가 쟁점입니다.
5. 첫 조사 전, 합의금을 요구하게 된 경위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제출한 문자 일부만으로는 합의 과정 전체를 알기 어렵습니다. 누가 먼저 합의를 제안했는지, 처음 제시한 금액은 얼마였는지, 이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먼저 보상 의사를 표시했다면 그 대화도 함께 보존해야 합니다.
치료비나 미지급 대금 등 청구 근거가 있다면 관련 자료를 연결하고, 문제 된 발언은 앞뒤 대화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금전을 받았다면 지급 경위가 무엇이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정상적인 협의에 따른 지급인지, 위협 때문에 이루어진 지급인지를 구분하여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금을 받지 않았다고 언제나 미수에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본 94도2422 판결은 현금보관증을 받아 재산상 이익을 얻은 부분을 다루었습니다. 지급을 약속하는 문서를 받았다면 그 내용과 작성 경위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고소를 당한 뒤 해명하겠다며 다시 연락해 돈을 요구하거나 게시물을 올리겠다고 말하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불리해 보이는 메시지만 지우거나 상대방에게 진술을 바꾸라고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이미 있는 기록을 보존하고, 다툴 사실과 인정할 사실을 구분한 뒤 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 실제 피해액보다 많은 합의금을 요구하면 공갈인가요?
A. 금액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피해에 대한 합의인지, 금액의 근거가 무엇인지, 상대방을 압박한 방법은 어떠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앞서 본 2024도3794 판결도 일정 금액까지의 요구를 일률적으로 허용한 판결은 아닙니다.
Q. 상대방에게 돈을 받지 않았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공갈미수는 처벌 대상입니다(형법 제352조). 다만 돈을 요구한 사실만으로 미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갈의 범의와 협박을 통한 실행 착수가 있었는지부터 판단해야 합니다.
Q. 제가 고소한 사건이 불송치되면 합의금 요구도 공갈이 되나요?
A. 불송치만으로 자동으로 공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4도3794 판결도 성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정과 합의금 요구가 정당한 권리행사인지의 판단을 구별했습니다. 다만 피해를 주장하게 된 경위와 실제 요구 방법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7. 마치며
합의금을 요구했다가 공갈로 고소당한 사건에서는 피해를 입었다는 설명과 요구 방법에 대한 설명이 모두 필요합니다. 받을 돈이 있다는 주장만 반복하거나, 반대로 강한 표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전부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첫 조사 전에 대화 전체와 청구 근거를 함께 살펴보면 어떤 부분을 다투어야 하는지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금전 요구의 경위와 실제 발언, 지급 여부를 확인하고, 판례의 판단 기준을 사건에 적용하여 진술과 의견서 제출을 준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