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휴대전화 압수 부모에게만 영장을 보여줘도 될까: 대법원 2022도2071
경찰이 미성년 자녀의 휴대전화를 가져가면서 부모에게 영장을 보여주고, 부모가 휴대전화를 받아 전달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부모가 절차에 응했으니 자녀에게는 별도로 영장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의사능력이 있다면 본인에게 영장을 제시해야 합니다. 압수·수색에 참여할 기회 역시 부모에게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자녀의 권리가 보장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2도2071 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면 판결을 파기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아버지를 통해 휴대전화를 받은 사건
이 사건은 고등학교의 시험 문제와 정답이 재학생인 두 자녀에게 유출되었다는 업무방해 혐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경찰이 발부받은 영장에는 참고인인 자녀들이 실제 사용·보관하는 휴대전화가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경찰은 학교 교장실에서 영장을 집행하면서 아버지에게만 영장을 제시하였습니다. 아버지가 당시 각각 16세였던 자녀들로부터 휴대전화 4대를 받아 경찰에 전달하였고, 압수조서에도 아버지가 소지자이자 제출자로 기재되었습니다. 이후 전자정보를 확인하는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서명 역시 아버지가 하였습니다.
자녀들에게는 영장을 보여주지 않았고, 압수·수색에 참여할 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거쳐 휴대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이러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2. 경찰 대신 부모가 전달해도 압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경찰에게 직접 건넨 사람이 누구인지만으로 절차의 성격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경찰이 직접 가져갔다면 압수에 해당하는 행위를, 경찰의 지시나 요청에 따라 다른 사람이 대신하였다면 수사기관이 그 사람을 이용하여 강제처분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아버지의 전달 행위를 그와 같이 평가하였습니다. 실제로 휴대전화를 지배·관리하던 사람은 자녀들이었고, 아버지가 경찰의 지시에 따라 자녀들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 전달하였다는 사정이 중요하였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자녀들을 상대로 영장 제시 등 필요한 절차를 지켜야 했습니다.
다만 부모가 휴대전화를 전달하는 모든 경우가 이 사건과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인이 오로지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행동한 경우 등은 구별해야 합니다. 경찰이 무엇을 요청하였는지, 휴대전화를 누가 실제 사용·관리하고 있었는지, 어떤 경위로 전달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3. 친권자라는 이유로 자녀의 절차상 권리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는 지위에 있지만, 그 지위만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자녀 본인에 대한 영장 제시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에게는 영장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자녀들도 영장 집행에 참여할 능력이 충분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6세라는 나이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한 것은 아닙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하는 과정의 참여권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부모에게 참여할 기회를 주었거나 부모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녀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은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영장에 자녀들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 기재되어 있었다는 점도 결론을 바꾸지 못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영장에 적힌 혐의의 내용과 성질을 보았을 때, 이 압수·수색이 아버지의 혐의뿐 아니라 자녀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보았습니다. 서류에 적힌 지위만으로 본인의 절차상 권리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4. 휴대전화 증거는 배제되었지만 유죄는 유지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 위반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의 전자정보와 그에 기초하여 수집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압수 절차가 적법하고 증거능력도 인정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가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문은 파기환송이 아니라 상고기각이었습니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적법한 증거들만으로도 공소사실 중 유죄 부분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였기 때문입니다. 원심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 잘못이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파기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이는 위법하게 수집한 휴대전화 증거를 예외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증거를 빼고 판단하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나머지 적법한 증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까지 열거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압수 절차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증거의 위법성을 밝히는 것과 함께, 그 증거를 제외하면 무엇이 남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휴대전화 자료를 토대로 추가로 확보한 증거인지, 그와 별개로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절차가 위법하다는 주장만으로 사건 전체가 무죄로 끝난다고 예상해서는 안 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가 영장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전달했다면 자녀도 영장을 확인한 것으로 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 본인에게 영장을 제시해야 하며, 친권자에게 보여준 것으로 이를 대신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누가 휴대전화를 관리했는지와 전달 경위도 확인해야 합니다.
Q. 부모가 포렌식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서명하면 자녀의 참여권도 없어지나요?
부모의 서명만으로 자녀 본인의 참여 기회까지 보장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아버지가 불참 의사를 표시하였지만, 자녀들에게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는 위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Q. 영장에 자녀가 참고인으로 적혀 있으면 본인의 권리는 따로 문제 되지 않나요?
참고인이라는 기재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자녀들이 휴대전화를 실제 지배·관리하고 있었고, 압수·수색이 자녀들의 혐의를 수사하는 성격도 있었으므로 본인에 대한 절차 보장이 필요하였습니다.
6. 마치며
자녀의 휴대전화가 압수되면 부모가 대신 대응해 주었다는 생각에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협조하였다는 사실과 자녀 본인의 권리가 보장되었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있다면 당시 교부받은 영장과 압수목록 등 서류를 보관하고, 경찰이 누구에게 어떤 요청을 하였는지, 누가 영장을 확인하고 서명하였는지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확인할 수 있는 수사기록과 대조하여 절차 위반과 증거의 범위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처럼 증거가 배제되어도 유죄가 유지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남은 증거가 혐의를 충분히 증명하는지까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