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김광식 변호사입니다.
개정 상법에 따른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2026년 9월 10일 시행을 약 한 달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다수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제도가, 이번 개정으로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아예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이사 선임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행을 앞두고 상장회사들은 정관상 이사 정원을 축소하거나 이사의 임기를 서로 다르게 나누는 이른바 시차임기제를 도입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고, 반대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측은 집중투표를 활용해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제도를 두고 회사와 소수주주가 정반대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의 내용과 적용 대상, 집중투표제가 왜 이사 수와 임기 구조에 민감한지, 기업들이 취하는 방어 전략과 그 한계, 그리고 이에 맞서는 소수주주의 대응 카드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Question]
2026년 9월 시행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무엇이고 어떤 회사에 적용되나요? 기업들이 이사 수를 줄이고 임기를 쪼개는 이유는 무엇이며, 소수주주는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요?
[Answer]
1. 9월 10일 시행 -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집중투표제는 1998년 우리 상법에 도입되었으나, 회사가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었기 때문에 상장기업의 절대다수가 정관으로 배제하여 실제로는 거의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개정 상법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여, 사실상 집중투표를 의무화했습니다.
개정 규정은 2026년 9월 10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 이후 최초로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이 있는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따라서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회사는 시행일 이후 열리는 이사 선임 주총에서 소수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하면 이를 배제할 수 없고,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야 합니다.
2. 집중투표제의 작동 원리 - 왜 이사 수가 많을수록 소수주주에게 유리한가
집중투표제에서는 각 주주가 1주마다 ‘그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이사의 수’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가지고, 이 의결권을 특정 후보 1인 또는 수인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 번에 5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1주당 5개의 의결권이 주어지고, 소수주주는 이를 자신이 지지하는 1~2명의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뽑는 이사의 수가 많을수록 이사 1인을 당선시키는 데 필요한 지분율이 낮아집니다. 이론적으로 이사 1인을 당선시키는 데 필요한 지분은 대략 ‘선임 이사 수에 1을 더한 값 분의 1’에 해당하므로, 한 번에 여러 명을 선임할수록 소수주주가 자기 측 이사를 진입시키기 쉬워집니다. 바로 이 원리 때문에 회사는 ‘한 번에 뽑는 이사 수’를 줄이려는 유인을 갖게 됩니다.
3. 기업들의 방어 - ‘이사 수 축소’와 ‘시차임기제(임기 쪼개기)’
기업들이 주로 검토하는 방어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정관상 이사의 총수에 상한을 두거나 정원을 축소하는 것입니다. 이사 정원 자체가 적으면 한 번에 여러 명을 선임하는 상황이 줄어들어, 집중투표를 통해 소수주주 측 이사가 당선될 여지가 좁아집니다. 둘째는 이사의 임기를 서로 다르게 설계하는 시차임기제(Staggered Board)입니다. 임기를 나누어 매년 일부 이사만 선임되도록 하면, 특정 주주총회에서 한꺼번에 많은 이사를 뽑는 구조를 피할 수 있어 집중투표의 효과가 반감됩니다.
실제로 집중투표제를 시행한 대만에서는 제도 시행 직후 소수주주가 제안한 이사 선임이 급증했으나, 이후 기업들이 이사 정원을 축소하고 적극적인 위임장 권유(proxy)로 대응하면서 외부 이사 선임 사례가 다시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방어책은 대부분 정관 변경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및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사항이므로, 시행이 임박한 시점에 소수주주와 기관투자자의 반대를 넘어 통과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4. 소수주주의 반격 카드
소수주주 역시 여러 대응 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집중투표 청구권입니다. 일정 지분(상장회사의 경우 통상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등 요건)을 보유한 소수주주는 이사 선임 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의무화 대상 회사는 이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둘째, 회사의 방어용 정관 변경(이사 정원 축소·시차임기제 도입)은 특별결의 사항이므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연대가 결집하면 이를 부결시켜 방어 자체를 저지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이번 상법 개정으로 확대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이른바 3%룰)을 집중투표와 결합하면 소수주주 측 인사의 이사회·감사위원회 진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집니다.
넷째, 위임장 대결(proxy fight)과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통해 우호 지분을 규합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회사가 오로지 소수주주의 이사 진입을 막을 목적으로만 급격히 이사 수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는 그 정당성이 다투어질 여지도 있습니다.
5. 상장회사·주주가 점검해야 할 사항
상장회사 입장에서는 첫째, 자사가 의무화 대상(자산 2조 원 이상)인지와 다음 이사 선임 주총 시점을 확인하고, 둘째, 이사 정원·임기 구조의 조정이 필요한지, 그것이 특별결의를 통과할 수 있는 주주 구성인지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셋째, 방어책이 경영권 방어에 치우쳐 이사 충실의무나 주주 평등에 반한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사업상 합리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주주(특히 기관투자자·소액주주 연대) 입장에서는 첫째, 집중투표 청구 요건과 청구 시한을 정확히 확인하고, 둘째, 후보 단일화와 표의 집중 전략을 사전에 설계하며, 셋째, 회사의 방어용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측 모두에게 이번 제도 변화는 ‘주주총회 시나리오’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사안입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단순한 투표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회사와 소수주주 사이의 힘의 균형을 다시 설정하는 제도입니다. 기업의 이사 수 축소나 시차임기제 도입은 유효한 대응책이 될 수 있으나 정관 변경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고, 소수주주는 집중투표 청구와 우호 지분 결집으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시행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양측 모두 다음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전략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따른 정관 정비와 이사회 구조 설계, 주주총회 의안 및 의결권 시나리오 검토, 집중투표 청구 및 후보 추천 전략, 경영권 방어책의 적법성 진단, 위임장 대결과 주주총회 결의 관련 분쟁 대응에 이르기까지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집중투표제 시행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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