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입니다.
"보험에 가입하고 2년이 지난 뒤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유족분들께서 가장 조심스럽게 꺼내시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약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살이니까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약관 문구와 가입 후 2년 경과 여부가 결론을 가릅니다.
[목차]
원칙 — 고의에 의한 자살은 '재해'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지급 사례가 있을까 — 과거 약관의 '2년 단서'
대법원은 왜 보험사에 지급을 명했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다른 문제입니다
청구 전 반드시 확인할 것 — 약관 문구와 3년의 시간
1. 원칙 — 고의에 의한 자살은 '재해'가 아닙니다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때에는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다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에서는 상법 제732조의2 제1항에 따라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습니다. 결국 사망보험에서 문제되는 것은 '고의'입니다.
그리고 재해사망 담보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를 전제로 하므로, 고의에 의한 자살은 우발성이 없어 원칙적으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해사망보험금은 어렵습니다.
2. 그런데 왜 지급 사례가 있을까 — 과거 약관의 '2년 단서'
문제는 보험사가 스스로 만든 약관에 있습니다. 과거 많은 재해사망특약 약관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들면서, 곧바로 다음과 같은 단서를 붙였습니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약관 자체가 '2년이 지난 뒤의 자살'을 면책의 예외로 적어 둔 것입니다. 보험사는 이후 "그 단서는 주계약(일반사망)에만 해당하고 재해사망특약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3. 대법원은 왜 보험사에 지급을 명했나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은 약관 해석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확인했습니다.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그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한다.
개별 당사자의 의도가 아니라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한다.
그런 해석을 거친 뒤에도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이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위 조항은 고의에 의한 자살·자해가 원칙적으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단서가 정한 요건(정신질환 상태에서의 자해, 책임개시일부터 2년 경과 후의 자살 등)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요컨대 내 보험 약관에 그 문구가 적혀 있다면, 보험사는 적힌 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다른 문제입니다
2년이라는 기간과 별개로 살펴야 할 쟁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망보험에서 자살을 면책사유로 정했더라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까지 면책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왔습니다. 그러한 상태에서의 사망은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은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와 진행 경과, 자살에 즈음한 구체적 상태, 주위 상황과 행태, 시기·장소·동기·경위·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집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같은 판결은 주요우울장애처럼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된 정신질환에 관하여 담당 전문의의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이를 함부로 배척할 수 없고, 다르게 판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신과 진료기록의 확보가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5. 청구 전 반드시 확인할 것 — 약관 문구와 3년의 시간
첫째, 내 약관 문구를 확인하십시오. 출발점이자 종착점입니다. 약관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단서 자체가 없다면 청구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문구가 있다면 책임개시일이 언제인지, 그로부터 2년이 지났는지를 날짜로 따져야 합니다. 2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면책입니다.
둘째, 소멸시효를 놓치지 마십시오.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을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객관적으로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진행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위 2017다281367 판결).
셋째, 자료를 먼저 모으십시오. 보험증권과 가입 당시 약관, 책임개시일이 확인되는 서류, 진료기록과 처방 내역, 사망 경위에 관한 수사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정리하면
자살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약관에 2년 경과 후 지급 단서가 있는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지났는지, 그리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였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보험금 부지급·삭감 분쟁과 의료·정신질환 관련 입증이 얽힌 사건을 다수 수행해 왔습니다. 보험사로부터 지급을 거절당하셨다면 포기하시기 전에 가입 당시 약관과 진료기록을 근거로 한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보험금 지급 여부는 가입 상품과 약관 문구,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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