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법원이 사전처분으로 일정한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배우자의 부양료와 자녀의 양육비를 구분하지 않고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명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혼 여부에 관한 다툼은 끝났지만, 재산분할이나 양육비에 관한 소송이 계속되는 경우입니다. 사전처분에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다면, 모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종전 금액을 그대로 지급하여야 할까요? 이미 지급하였다면 그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26. 10. 1. 선고 2024다255113 판결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전처분으로 여러 의무의 이행을 명한 경우 그 효력의 종기는 각 의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실체법적 권리를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이혼청구 부분이 먼저 확정되어 부부간 부양료청구권이 소멸하면 사전처분 중 부양료 부분의 효력도 그에 맞추어 소멸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해당 판결의 내용과 이혼소송에서 유의할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배경: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지급한 월 1,800만 원의 생활비
이 사건에서는 부부 사이에 이혼, 재산분할, 양육비 등에 관한 소송이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소송 도중 법원은 원고에게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에게 매월 1,800만 원의 부양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사전처분을 하였습니다. 이 금액에는 자녀의 양육비 등 생활비 일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사전처분에 따라 2020년 2월경부터 2022년 6월경까지 매월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였습니다. 한편, 이 사건 이혼소송 중 이혼청구 부분은 피고의 이혼청구만을 인용한 1심에 대하여 원고가 불복하지 아니함으로써 항소심판결 선고일인 2022. 2. 17.에 확정되었고, 재산분할, 양육비 등 나머지 부분은 상고심이 진행되어 2022. 6. 30. 대법원에서 전체 소송이 종결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이혼청구 부분이 그보다 먼저 확정되어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가 소멸하였으므로, 그 이후 지급한 배우자 부양료는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심은 사전처분이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금전 지급을 명하였고, 그 결정 자체가 금전을 지급할 법률상 근거가 된다는 이유 등으로 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혼청구가 2022. 2. 17.에 확정된 이상 같은 시점에 부부간 부양료청구권이 소멸하였고, 그에 대응하는 사전처분 중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 부분의 효력 역시 같은 시점에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2022. 2. 18.부터 2022. 6. 30.까지 지급된 금원 중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며, 이와 달리 사전처분결정의 대세적 형성력만을 근거로 부당이득반환의무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 판결은 파기되었습니다.
이혼 확정 후 부양료청구권 소멸과 사전처분 효력
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은 가정법원이 가사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재산의 보존, 자녀의 양육, 그 밖에 적당한 사전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러한 사전처분이 확정되면 그 결정 내용과 같은 법률관계가 임시로 형성되고, 그 형성력은 대세적 효력을 지니며 별도의 집행행위를 필요로 하지 아않습니다.
문제는 '본안판결 확정 시'가 과연 어느 시점을 가리키느냐에 있습니다. 이혼, 재산분할,양육비 등 수개의 청구가 병합되어 진행되는 가사소송에서는 상고심에서 일부 청구만이 상고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아니합니다. 예컨대 이혼청구 자체는 1심 또는 항소심에서 확정되고, 재산분할, 양육비 등 부수적 청구에 대하여만 상고가 제기되어 상고심이 이어지는 경우가 그러한 경우입니다. 이러한 사안에서 '본안판결 확정 시'를 획일적으로 전체 소송의 상고심 확정 시로 보게 되면, 이혼 자체는 이미 확정되었음에도 그와 무관하게 부양료 지급이 상당 기간 계속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2024다255113 판결을 통해 사전처분이 여러 의무의 이행을 명한 경우, 그 효력의 종기는 각 의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실체법적 권리를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혼 사건이 확정되어 사전처분의 기초가 된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청구권이 소멸하였다면, 사전처분 중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 부분의 효력도 그 시점에 소멸한다고 보아야 하고, 사전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이후에 지급된 부양료 상당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이득이 성립합니다.
가사·이혼 실무에 대한 함의와 유의점
이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혼청구의 확정 시점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이혼청구가 항소심판결 선고일인 2022. 2. 17. 확정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당사자들이 이혼 부분에 불복하지 않아 이혼 부분은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아니었음). 이에 따라 대법원은 그 다음 날인 2022. 2. 18.부터 2022. 6. 30.까지 지급한 돈 중 배우자 부양료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처럼 이혼, 재산분할, 양육비 등이 함께 다투어지는 소송에서는 전체 사건이 끝난 날과 이혼청구가 확정된 날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불복 범위와 소송 경과를 확인하여 이혼청구의 확정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여야 합니다.
또한 지급한 생활비 전액이 반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처분 금액에 자녀의 양육비, 교육비, 의료비 등 여러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면, 단순히 지급 총액만으로 반환 범위를 정하기 어렵습니다. 사전처분의 신청 내용과 결정 이유, 당시 제출한 생활비 산정자료 등을 통하여 어떤 비용이 반영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처분을 신청하거나 지급액을 협의하는 단계부터 배우자 부양료와 자녀 양육비의 산정 근거를 구분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미 일괄 금액으로 정해져 있다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 진행에 따라 지급의무에 변동이 생겼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점들 고려하여, 생활비를 지급하는 입장에서는 사전처분 결정문뿐 아니라 각 심급의 판결문과 불복 범위, 지급 내역을 함께 검토하여야 합니다. 본안판결의 금액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액을 임의로 낮추거나, 이혼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녀 양육비까지 모두 중단하는 것은 이번 판결의 취지와 다릅니다.
한편 생활비를 받는 입장에서도 전체 사건이 계속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전 사전처분 금액을 계속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혼청구가 먼저 확정되었다면, 이후 지급받은 금액 중 배우자 부양료 부분에 대하여 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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