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신준선 변호사입니다.
"남편이 외도하는 것 같아서 몰래 녹음했는데, 이거 증거로 쓸 수 있나요?"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캡처해뒀는데, 불법으로 얻은 증거라며 안 된다고 하던데요?" 상대방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한 위자료 청구 사건에서 어떤 증거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걱정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민사소송과 가사소송에도 형사소송에서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일까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상대방 몰래 녹음하거나 메시지를 확인한 증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 등 명문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고, 오히려 증거수집 과정에서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사소송에서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판단 기준과 실무상 유의점을 살펴보겠습니다.
[Question]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려면 몰래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데, 이런 증거도 재판에서 쓸 수 있나요?
[Answer]
1. 형사소송 vs 민사소송: 적용되는 기준의 차이
가. 형사소송에서의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사기관이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크고, 이를 억제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도10729 판결).
나. 민사소송·가사소송에서는 다르다
반면,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민사소송법 제202조),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과 같은 명문의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가사소송법 제12조도 "가사소송사건의 소송절차에 관하여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가사소송에서도 민사소송법의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됩니다.
대법원도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하에서 상대방 부지 중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녹음테이프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채증 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9. 5. 25. 선고 99다1789 판결).
다. 왜 민사소송에서는 기준이 다른가
민사소송은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입니다. 형사소송처럼 국가권력이 일방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여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가사소송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려면 당사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데, 엄격한 증거능력 제한은 권리구제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발견과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게 인정됩니다.
2.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대화 당사자의 녹음
가. 핵심 구별 기준: "타인간의 대화"인지 여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인간"이라는 표현입니다. 대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몰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아니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나. 실무상 예시
따라서 배우자와 직접 대화하면서 그 내용을 상대방 몰래 녹음하는 것은 적법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에게 부정행위 사실을 추궁하면서 그 대화를 녹음하거나,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시인하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경우: 타인 간 대화의 녹음
가. 통신비밀보호법의 명문 규정
제3자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므로, 동법 제14조 제2항에 의해 준용되는 제4조에 따라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명문 규정이 적용됩니다.
나. 실제 사례: 차량 블랙박스 녹음 사건
최근 하급심에서 이 쟁점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원고(배우자)가 피고(상대방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피고와 제3자 간의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여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입니다.
제1심 법원은 녹음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피고의 부정행위를 인정하여 위자료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습니다. 다만, 원고의 증거수집 방법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하여 5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제2심 법원은 원고가 제3자로서 피고와 부정행위 상대방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녹음 증거 외에 다른 증거들(카카오톡 메시지,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부정행위 자체는 인정하되, 녹음 증거를 배제함으로써 부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보아 위자료 액수를 감액하였습니다.
4. 증거수집 과정의 법적 리스크
가. 형사책임
증거수집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인정보 보호법, 주거침입죄 등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동법 제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부정행위를 입증하려다 오히려 본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나. 민사책임
증거수집 과정에서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 상대방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50조). 앞서 본 차량 블랙박스 녹음 사건에서도 제1심 법원이 50만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부정행위 위자료를 청구하면서 동시에 증거수집 과정에서의 손해배상을 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5. 실무상 유의점
가. 대화 당사자로서 녹음할 것
가능한 한 대화 당사자로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배우자와 직접 대화하면서 그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므로 증거능력도 인정되고 형사처벌의 위험도 없습니다.
나. 다양한 증거를 함께 확보할 것
녹음 증거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사진, 목격자 진술 등 다른 증거들도 함께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본 사례에서도 녹음 증거가 배제되었지만 다른 증거들로 부정행위 자체는 인정되었습니다.
다. 휴대전화 메시지 확인의 경우
상대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몰래 확인하거나 캡처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의 "타인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 다른 법률 위반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라.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
증거수집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지 않도록, 그리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부정행위 입증이 이혼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 증거수집 방법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6. 결론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었을 때 분노와 억울함에 무작정 증거를 수집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잘못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오히려 본인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초기 대응이 소송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므로, 증거수집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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