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신준선 변호사입니다.
많은 고심 끝에 이혼이라는 마음속 결정을 내렸을 때, 상대방도 같은 입장이었다면 협의이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혼은 하기로 합의했어도 재산분할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을 때는 이혼을 전제로 하되 재산분할만 소송으로 다투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혼의 결심이 나 혼자만 마음 먹은 경우라면 어떨까요. "상대방이 이혼을 안 해주는데… 그냥 소송하면 되나요?" 많은 분들이 재판상 이혼을 "합의가 안 되면 선택하는 방법" 정도로 이해하지만, 실제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재판상 이혼은 법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즉, 이혼을 원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민법」 제840조의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오늘은 그 6가지 사유 중 앞의 3가지에 대해서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해보고, 나머지 3가지 사유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Question] 상대방이 이혼에 반대할 때, 어떤 사유가 인정되어야 하나요?
[Answer]
1. 배우자의 부정행위
많은 분들이 '부정행위'를 곧바로 '성관계'라고 생각하지만, 법은 훨씬 넓게 봅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로 해석하고 있고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이를 평가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실제 하급심 사례에서는, 같은 사실에 대해 1심과 2심이 달리 판단하기도 하였는데요. 1심은 피고와 배우자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부적절한 음란한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로 인하여 원고가 C에 대한 배신감이나 불쾌감을 가질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성관계를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부정행위로 인정되지 않았으나, 항소심에서는 부정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러한 행위가 원고의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그 유지를 방해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자료까지 인정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22. 선고 2021나28524 손해배상). 즉, 핵심은 "관계의 성격"이지 단순히 접촉이나 성관계 여부가 아닙니다.
2. 악의의 유기
악의의 유기는 흔히 말하는 "가출"과는 다릅니다. 단순히 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부양 의무를 의도적으로 포기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실제 사례에서는 같이 해외로 출국하기로 약속하였으나 혼인 뒤 행패를 부리다가 해외로 출국하여 연락을 하지 않은 사례(서울가정법원 1991. 5. 9. 선고 90드75828 판결)에서는 악의적 유기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하급심 사례에서는 배우자 일방이, 상대방 배우자와 경제적 문제로 다툰 후 가출함으로써 상대방에게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여 다니던 직장 근처에 원룸을 구해 잠시 생활하였는데, 상대방 배우자는 가출 배우자의 주거지와 직장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가출한 배우자가 상대방을 악의로 유기했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부산가정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드단10826 판결).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의 심히 부당한 대우
단순한 부부싸움이나 갈등은 위 사유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문제가 된 상황에서 혼인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한 수준인지 여부입니다.
배우자에게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손에 칼을 들고 "앞으로 같이 잘 살아보든지 안 그러면 오늘 같이 죽자."라고 하면서 상대방을 위협하였던 사건에서는 혼인관계는 피고의 폭력 행사 이래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민법 제840조 제3호 또는 제6호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또한 남편이 아기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대하고, 이혼을 요구하며, 실제로 자살 소동까지 반복하여 배우자가 친정으로 복귀한 사건에서 법원은 혼인생활의 지속이 가혹한 수준이라 판단하여 심히 부당한 대우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므484 판결).
반대로 몇 차례의 폭행, 모욕적인 언사는 가정불화의 와중에서 서로 격한 감정으로 오갔고 폭행이 비교적 경미한 것이라면 이를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1986. 6. 24. 선고 85므6 판결).
4. 결론
지금까지 재판상 이혼사유 6가지 중 앞의 3가지, 즉 배우자의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 심히 부당한 대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 세 가지 사유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결국 법원은 단순히 "그런 일이 있었는가"를 넘어 "그 행위의 정도와 맥락이 혼인관계를 파탄시킬 만큼 중대한가"를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부정행위의 경우 성관계 여부가 아닌 정조의무 위반의 실질을, 악의의 유기는 단순 별거가 아닌 의도적 방치 여부를, 심히 부당한 대우는 일시적 갈등이 아닌 혼인 지속의 가혹성을 각각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유형의 사안이라도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달라지거나, 유사해 보이는 사실관계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는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의 정리와 입증 방식이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판상 이혼은 단순히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 사유가 입증 가능한지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정리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글에서는 나머지 3가지 사유인 자기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대해 이어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국내 5대 대형로펌, 검찰, 대기업 법무팀 출신의 변호사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한 명의 변호사가 아닌 사건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팀을 구성하여 대응합니다. 청출은 특정 쟁점만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목표 달성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주저없이 청출에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관련 업무 사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