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에 적힌 부동산을 팔면 유언도 사라질까? - 민법 제1109조 유언의 저촉과 매도대금

유언장에 적힌 부동산을 팔면 유언도 사라질까?

유언장에 적힌 부동산을 팔면 유언도 사라질까?

유언장에 적힌 부동산을 팔면 유언도 사라질까?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입니다.

"아버지가 유언장에 적어 두신 부동산을 생전에 팔아버리셨습니다. 그럼 그 유언은 끝난 건가요?" 상속 분쟁에서 자주 마주치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부동산을 팔았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이 철회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목차]

  1. 민법이 말하는 '유언의 저촉'이란

  2.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 — 팔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3. 법원이 유언자의 의사를 읽어낸 근거들

  4. 반대로 '철회'로 볼 수 있는 경우

  5. 유언장을 쓸 때,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1. 민법이 말하는 '유언의 저촉'이란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8조 제1항). 그리고 민법 제1109조는 "전후의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기로 했던 부동산을 팔았으니 그 유언은 없어진 것 아니냐"는 다툼이 자주 생깁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저촉'을 어떻게 볼 것인가입니다.

대법원은 저촉이란 "전 유언을 실효시키지 않고서는 유언 후 생전행위가 유효로 될 수 없음"을 가리키되, 법률상·물리적인 집행불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뒤의 행위가 앞의 유언과 양립될 수 없는 취지로 행해졌음이 명백하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저촉 여부와 그 범위를 정할 때에는 전후 사정을 합리적으로 살펴 유언자의 의사가 일부만 철회하려는 것인지, 전부를 불가분적으로 철회하려는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2.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 — 팔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아버지가 소유 부동산을 네 자녀에게 법정상속분(각 1/4)과 다른 비율로 나눈다는 자필 유언증서를 작성했는데, 그 후 해당 부동산이 지역주택조합의 사업부지에 포함되자 조합 측과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심은 부동산을 매도한 이상 유언이 철회됐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언자가 특정인에게 목적물을 유증한 뒤 그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여전히 처분대금 등 대상재산에 대하여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추단된다면, 목적물을 처분했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유언의 철회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재산이 부동산에서 돈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라면, 유언의 효력이 그 대금에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3. 법원이 유언자의 의사를 읽어낸 근거들

대법원이 "유언의 효력을 매매대금에 미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든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유언증서의 취지 자체가 상속비율을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정하려는 것이었다는 점

  • 매매대금은 그 부동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만 변경된 대상재산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

  • 유언증서 작성 당시 이미 주택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부동산이 조합에 매도되어 상속인들이 대금을 상속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 매매계약 체결 당시 유언자는 췌장암 말기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19일 후 사망했으며, 대금을 생활비·병원비 등 개인적 용도로 쓰거나 타인에게 증여하는 등 유언과 달리 처분하려 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 부동산은 유언대로, 그러나 팔면 대금은 다시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라는 의사였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

요컨대 법원은 서류의 형식이 아니라 '유언자가 무엇을 원했는가'를 유언증서의 표현, 작성 경위, 매도 당시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했습니다.

4. 반대로 '철회'로 볼 수 있는 경우

이 판결이 "재산을 팔아도 유언은 항상 살아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판단 기준은 처분한 재산의 대가에까지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따라서 유언자가 그 유언을 없던 일로 하려는 의사가 분명했던 경우, 예컨대 매도대금을 자신의 용도로 소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는 등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분한 경우라면 제1109조에 따라 철회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매도'라도 그 전후 사정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립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유언장 문구와 작성 경위, 매도 경위, 대금의 사용처에 관한 자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5. 유언장을 쓸 때,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유언장을 작성하시는 분이라면, 재산을 처분하게 될 경우 그 대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유언장에 명확히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이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그 매매대금도 같은 비율로 나눈다"는 한 줄이 분쟁 자체를 막아 줍니다. 재산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유언대용신탁 같은 대안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분쟁이 생기셨다면, 재산이 팔렸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대금에 유언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상속재산 분쟁과 유언 효력 다툼을 다수 수행하며, 유언장 설계 단계부터 소송까지 함께해 왔습니다. 유언장에 적힌 재산이 처분되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시라면 유언장과 매매 관련 자료를 근거로 한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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