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입니다.
"아버지가 유언장에 적어 두신 부동산을 생전에 팔아버리셨습니다. 그럼 그 유언은 끝난 건가요?" 상속 분쟁에서 자주 마주치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부동산을 팔았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이 철회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목차]
민법이 말하는 '유언의 저촉'이란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 — 팔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이 유언자의 의사를 읽어낸 근거들
반대로 '철회'로 볼 수 있는 경우
유언장을 쓸 때,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1. 민법이 말하는 '유언의 저촉'이란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8조 제1항). 그리고 민법 제1109조는 "전후의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기로 했던 부동산을 팔았으니 그 유언은 없어진 것 아니냐"는 다툼이 자주 생깁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저촉'을 어떻게 볼 것인가입니다.
대법원은 저촉이란 "전 유언을 실효시키지 않고서는 유언 후 생전행위가 유효로 될 수 없음"을 가리키되, 법률상·물리적인 집행불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뒤의 행위가 앞의 유언과 양립될 수 없는 취지로 행해졌음이 명백하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저촉 여부와 그 범위를 정할 때에는 전후 사정을 합리적으로 살펴 유언자의 의사가 일부만 철회하려는 것인지, 전부를 불가분적으로 철회하려는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2.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 — 팔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아버지가 소유 부동산을 네 자녀에게 법정상속분(각 1/4)과 다른 비율로 나눈다는 자필 유언증서를 작성했는데, 그 후 해당 부동산이 지역주택조합의 사업부지에 포함되자 조합 측과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심은 부동산을 매도한 이상 유언이 철회됐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언자가 특정인에게 목적물을 유증한 뒤 그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여전히 처분대금 등 대상재산에 대하여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추단된다면, 목적물을 처분했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유언의 철회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재산이 부동산에서 돈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라면, 유언의 효력이 그 대금에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3. 법원이 유언자의 의사를 읽어낸 근거들
대법원이 "유언의 효력을 매매대금에 미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든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언증서의 취지 자체가 상속비율을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정하려는 것이었다는 점
매매대금은 그 부동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만 변경된 대상재산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
유언증서 작성 당시 이미 주택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부동산이 조합에 매도되어 상속인들이 대금을 상속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매매계약 체결 당시 유언자는 췌장암 말기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19일 후 사망했으며, 대금을 생활비·병원비 등 개인적 용도로 쓰거나 타인에게 증여하는 등 유언과 달리 처분하려 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부동산은 유언대로, 그러나 팔면 대금은 다시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라는 의사였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
요컨대 법원은 서류의 형식이 아니라 '유언자가 무엇을 원했는가'를 유언증서의 표현, 작성 경위, 매도 당시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했습니다.
4. 반대로 '철회'로 볼 수 있는 경우
이 판결이 "재산을 팔아도 유언은 항상 살아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판단 기준은 처분한 재산의 대가에까지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따라서 유언자가 그 유언을 없던 일로 하려는 의사가 분명했던 경우, 예컨대 매도대금을 자신의 용도로 소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는 등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분한 경우라면 제1109조에 따라 철회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매도'라도 그 전후 사정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립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유언장 문구와 작성 경위, 매도 경위, 대금의 사용처에 관한 자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5. 유언장을 쓸 때,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유언장을 작성하시는 분이라면, 재산을 처분하게 될 경우 그 대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유언장에 명확히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이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그 매매대금도 같은 비율로 나눈다"는 한 줄이 분쟁 자체를 막아 줍니다. 재산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유언대용신탁 같은 대안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분쟁이 생기셨다면, 재산이 팔렸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대금에 유언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상속재산 분쟁과 유언 효력 다툼을 다수 수행하며, 유언장 설계 단계부터 소송까지 함께해 왔습니다. 유언장에 적힌 재산이 처분되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시라면 유언장과 매매 관련 자료를 근거로 한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관련 업무 사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