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민사] 배우자의 부정행위 입증을 위한 녹음·사진, 어디까지 증거가 될 수 있는가

[가사, 민사] 배우자의 부정행위 입증을 위한 녹음·사진, 어디까지 증거가 될 수 있는가

[가사, 민사] 배우자의 부정행위 입증을 위한 녹음·사진, 어디까지 증거가 될 수 있는가

[가사, 민사] 배우자의 부정행위 입증을 위한 녹음·사진, 어디까지 증거가 될 수 있는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소송, 임직원의 비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민사 분쟁에서는 상대방의 사적 영역에 속하는 증거를 확보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상대방 또는 제3자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메시지, 사진을 임의로 촬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집된 증거가 비록 분쟁의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드러내는 자료라 하더라도, 그 수집 과정 자체가 통신비밀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을 통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민사소송상 증거능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관련 법령의 내용]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고(제14조 제1항), 이를 위반하여 녹음한 내용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4조의 증거사용 금지 규정이 적용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14조 제2항). 즉, 제3자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그 녹음파일이나 녹취록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 등 참조).

반면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제49조), 그 위반행위로 수집된 자료의 증거능력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편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면서도(제202조), 형사소송법과 달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합니다. 이로 인해 통신비밀보호법과 같이 개별 법령에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민사소송상 증거능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관하여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4다222212 판결의 판단]

대상 사건은 원고가 '피고들이 원고의 배우자 A와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입니다. 원고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유형의 증거를 제출하였습니다.

1. 녹취 증거: A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A와 일부 피고들의 대화를 녹음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 위반)

2. 휴대전화 증거: A의 휴대전화에 보관되어 있던 문자메시지, 사진, 동영상 등을 원고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 (정보통신망법 제49조 위반)

대법원은 두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음과 같이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1. 녹취 증거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 또는 녹취록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개별 법령에 증거능력 배제 규정이 명문으로 존재하는 이상 민사소송에서도 그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2. 휴대전화 증거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49조를 위반한 행위로 수집된 증거이지만 같은 법을 포함하여 개별 법령상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그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의 증거능력 유무는 민사소송법의 기본이념인 재판의 공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기초로,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발견의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비교형량 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 (i) 사건의 내용과 성격, (ii) 문제된 위법행위의 주체·경위 및 방법, (iii)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피해의 내용 및 정도, (iv) 위법행위에 관련된 이해당사자 사이의 관계 및 분쟁의 양상, (v)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로 증명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성, (vi) 증거확보의 필요성 내지 긴급성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위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i) 부정행위에 관한 증거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는 점, (ii) 증거 수집 당시 원고와 A는 법률상 부부로서 동거생활을 유지하던 상태였던 점, (iii) 증거 수집을 위한 촬영행위가 동거 중인 주거지 내에서 이루어진 점, (iv) A와 피고들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v) 증거 확보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휴대전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고, 이를 근거로 부정행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위 판결의 법리에 따라 부정행위 입증, 임직원의 비위 적발, 회사 기밀 유출 입증 등을 위하여 증거를 수집하려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방법은 증거 확보 측면에서 실효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에 정면으로 위반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의해 민사소송에서도 증거능력이 명문상 부정되어 결국 증거로서 활용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대화의 일방 당사자가 직접 녹음하는 것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위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아니합니다.

  •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명문의 증거능력 배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위법수집증거의 경우,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사안에 따라 비교형량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합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한 결정적 사정은 (i) 부정행위 입증이라는 사건의 특수성, (ii) 법률상 부부로서 동거 중이라는 당사자 관계, (iii) 동거 주거지 내라는 수집 장소의 특수성에 있었습니다. 만일 (i) 별거 중이거나 이혼 후의 부부, (ii) 가족 관계가 아닌 제3자 사이의 분쟁, (iii) 주거지 외 공간에서 이루어진 무단 접근 등의 사정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 나아가 증거 수집 과정에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주거침입죄, 비밀침해죄 등이 성립할 경우에는 그 자체로 형사처벌의 위험이 있으므로, 증거 확보에 앞서 그 수집 방법의 적법성을 충분히 검토하여야 합니다. 비록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하더라도 별개의 형사책임은 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위법수집증거를 통한 입증을 시도해야 할 경우, 단지 증거능력 인정에 그치지 않고 비교형량 시 고려되는 (i) 증거확보의 필요성 및 긴급성, (ii) 침해의 최소성, (iii) 수집 방법의 합리성 등을 주장·소명할 수 있도록 증거 수집 경위와 그 필요성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증거 자체만을 제출하는 것보다 그 수집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향후 증거능력 인정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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