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삭제·반환 요구와 계속 보유 행위 소급효 금지

[형사, 영업비밀] 영업비밀 삭제·반환 요구와 계속 보유 행위 소급효 금지 원칙

[형사, 영업비밀] 영업비밀 삭제·반환 요구와 계속 보유 행위 소급효 금지 원칙

[형사, 영업비밀] 영업비밀 삭제·반환 요구와 계속 보유 행위 소급효 금지 원칙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기업의 핵심 자산인 영업비밀이 임직원의 이직, 외부 협력업체와의 계약 종료 등을 계기로 외부에 유출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종래에는 영업비밀 자체를 부정한 목적으로 취득·사용·누설한 행위만이 처벌 대상이었으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2019. 1. 8. 개정을 통해 위와 같은 '삭제·반환 요구 후 계속 보유 행위'를 별도의 처벌 대상으로 신설하였습니다.

문제는 위 처벌규정의 시행일인 2019. 7. 9. 이전에 이미 영업비밀 보유자로부터 삭제·반환 요구를 받았으나, 시행일 이후에도 계속하여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를 두고 그동안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려 왔는데, 대법원이 2026. 4. 30. 선고 2025도21522 판결을 통해 이 쟁점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오늘은 위 판결의 핵심 내용과 기업 법무 실무에서 고려해야 할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처벌규정 신설 경위 및 구성요건

종래의 부정경쟁방지법(2019. 1. 8. 법률 제162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18조 제1항에서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취득·사용 또는 제3자에게 누설한 행위'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정당한 권원으로 취득하여 보유하던 영업비밀에 대해 사후에 보유자로부터 삭제 또는 반환을 요구받고도 이를 계속 보유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러한 처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2019. 1. 8. 개정되고 2019. 7. 9. 시행된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제1호 다목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영업비밀 보유자로부터 영업비밀을 삭제하거나 반환할 것을 요구받고도 이를 계속 보유하는 행위'를 별도의 범죄구성요건으로 신설하였습니다.

위 개정법에 의해 영업비밀 계속 보유행위가 처벌받기 위해서는 (i)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 (ii) 그 영업비밀이 외국에서 사용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 (iii) 영업비밀 보유자로부터 영업비밀의 '삭제 또는 반환 요구'를 받았을 것, (iv) 그 영업비밀을 '계속 보유'할 것이라는 네 가지 구성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5도21522 판결의 판단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영업비밀 보유자인 A회사로부터 영업비밀의 삭제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를 계속 보유하였다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으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쟁점이 된 것은 A회사로부터의 삭제 요구가 위 처벌규정의 시행일인 2019. 7. 9. 이전에 이루어졌음에도, 피고인들이 시행일 이후에도 영업비밀을 계속 보유한 행위를 신설된 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1. 신설된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제1호 다목 위반 행위는 영업비밀 보유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범죄행위가 계속 이어지는 '계속범'의 성격을 가짐

  2. 위 조항의 구성요건적 행위는 '영업비밀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며, '영업비밀 보유자로부터 영업비밀의 삭제나 반환을 요구받을 것'은 피고인의 상태 또는 신분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함

  3. 따라서 영업비밀 보유자의 삭제·반환 요구가 개정 법률 시행 이후에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님

그러나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이 '영업비밀 보유자로부터 영업비밀의 삭제나 반환을 요구받을 것'과 '그 영업비밀을 계속 보유할 것' 모두를 위 조항 위반죄의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즉 삭제·반환 요구는 단순한 행위자의 신분이나 상태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처벌의 전제가 되는 실질적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과 형법 제1조 제1항이 명시하고 있는 형벌법규의 소급효금지 원칙과 부정경쟁방지법 부칙 제1조의 규정에 따르면, 위 처벌규정 시행일 이후 발생한 위반 행위만이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일 이전에 영업비밀 보유자로부터 삭제·반환 요구를 받고 영업비밀을 보유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소급효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시행일 이후까지 그 영업비밀 보유 행위가 계속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위 판결은 신설된 부정경쟁방지법 처벌규정의 시간적 적용 범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영업비밀 분쟁 실무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먼저 영업비밀 보유자의 입장에서는 삭제·반환 요구의 시점이 처벌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제1호 다목의 시행일인 2019. 7. 9. 이전에만 삭제·반환 요구를 했다면, 그 이후에 상대방이 영업비밀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위 조항에 따른 형사처벌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경우 새로이 삭제·반환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발송하여 그 시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용증명 우편 등을 통하여 요구의 일자와 내용을 명확히 확인되도록 하여야 향후 형사고소 단계에서 처벌의 시간적 요건 충족을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는 임직원·협력업체 등의 입장에서는, 비록 시행일 이전에 받은 삭제·반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제1호 다목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다만 위 판결이 영업비밀의 계속 보유 행위 자체에 대한 면책을 부여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i) 시행일 이후 별도로 새로운 삭제·반환 요구가 이루어진 경우, (ii) 영업비밀을 보유한 상태에서 '사용' 또는 '누설'에 이른 경우, (iii)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한 경우 등에는 여전히 처벌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나아가 소급효 금지 원칙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위반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업무상 배임은 성립될 여지가 있으므로 위 판례를 근거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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