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공정거래]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와 그 한계

[약관, 공정거래]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와 그 한계

[약관, 공정거래]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와 그 한계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가맹계약부터 금융거래, 건설 및 신탁계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계약이 미리 준비된 정형화된 약관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은 약관에 대한 각종 규제사항들을 정하고 있으며, 그 중 제3조는 '중요한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소홀히 할 경우 해당 조항이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약관의 모든 내용을 고객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최근 선고된 법원 2026. 2. 26. 선고 2023다280945 판결을 통해 약관 설명의무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및 쟁점]

본 사건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에서 신탁회사의 책임 제한이나 특정 비용 부담에 관한 약관 조항이 문제가 된 사안입니다. 주식회사 B는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로서 수분양자인 원고와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해당 분양계약서에는 ‘신탁회사의 책임은 신탁재산의 한도 내로 제한된다’는 책임한정특약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해당 조항들이 고객의 권리를 제한하는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신탁회사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해당 조항이 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을 다음 두 가지 입니다.

  1. 관리형 토지신탁의 ‘책임한정특약’이 약관법상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2. 위 특약의 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에 해당하여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의 판단]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책임한정특약이 수분양자의 권리를 심대하게 제한하는 사항이므로 신탁회사가 반드시 그 내용을 설명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우리 민법과 신탁법의 원칙상, 수탁자는 신탁사무 처리 중 발생한 채무에 대해 신탁재산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유재산으로도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책임한정특약이 이러한 수탁자의 무한 책임을 신탁재산 한도로 제한하는 것이므로 수분양자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자 약관법상 설명의무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책임한정특약이 신탁업계에 통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관리형 토지신탁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수분양자 입장에서 별도 설명없이 책임한정 특약의 존재 및 내용을 충분히 예상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신칙법상 수탁자의 책임 원칙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법령의 부연'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피고 신탁회사는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해당 특약은 계약의 내용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신탁회사는 회사의 고유재산으로 원고에게 위약금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신탁계약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상 판결은 책임한정특약이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더라도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는바, 향후 유사한 유형의 소송에서 설명의무 이행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분양자 등은 책임한정특약을 적용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이후 분양자 등은 설명의무를 이행한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인데, 단순히 수분양자의 서명을 받은 사실로는 입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의 내용 중 설명이 필요한 주요 내용을 별도 문서(핵심 요약 설명서)로 작성하여 제시하고, 하단에 ‘충분히 설명 받았습니다’는 등의 문구를 수분양자가 자필로 쓰고 서명하도록 하는 등, 설명의무를 이행한 사실을 자료로 남겨둬야 합니다.

이번 판결로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을 영위하는 신탁회사들은 이제 신탁재산을 넘어서는 대규모 우발채무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양계약서 약관을 전면 개정하여 설명의무 이행을 의무화함은 물론, 수수료 산정, 초기 사업성 검토, 그리고 시공사와의 책임 분담 구조 설계에 있어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미리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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