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입니다.
보험금을 청구했더니 보험사가 "약관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로 정해져 있다"며 지급을 거절하는 일이 있습니다. 약관에 면책조항이 있으면 더 다툴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조항이 실제로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었는지는 따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보험사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가입할 때 설명할 의무가 있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 조항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상에서는 다섯 가지 문장을 O, X로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순서를 따라 보험약관 설명의무가 면책조항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근거 법령과 대법원 판결을 함께 정리합니다.
[목차]
약관에 면책조항이 있어도 설명받지 못했다면
청약서에 서명했다면 설명을 들은 것일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약관 조항
설명하지 않은 면책조항은 계약 내용에서 빠집니다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었다면 확인할 것
약관에 면책조항이 있어도 설명받지 못했다면
"약관에 면책이라고 써 있으면 무조건 보험금을 못 받는다" — X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여야 합니다(상법 제638조의3 제1항).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도 사업자가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3조 제3항, 제4항).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합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50746 판결). 이 판결은 암의 분류기준을 정한 조항이 보험금 지급의무의 존부, 보장 범위 또는 보험금 지급액과 직결되는 핵심적 사항이어서 중요한 내용이라고 보았습니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를 정한 면책조항도 같은 관점에서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약관에 면책조항이 적혀 있다는 것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가입할 때 그 조항을 설명받았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합니다.
청약서에 서명했다면 설명을 들은 것일까
"청약서에 자필 서명만 했으면 설명의무를 다한 것이다" — X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는 점은 보험사가 증명하여야 합니다. 대법원은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의 이행에 관한 증명책임이 보험자에게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다293620 판결).
이 판결의 사안에서는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서면의 운전 차량 질문에 '승용차(자가용)'에만 표시가 되어 있었고, 피보험자가 화물차로 등록된 차량을 운전하다 사망하자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보험사나 보험모집인이 운전 가능한 모든 차량을 빠짐없이 기재하여야 하고 이를 알리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되어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청약서나 상품설명서의 서명, 확인란 표시는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는 자료로 제출됩니다. 그러나 서류에 서명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조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는 점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명한 서류에 문제 된 조항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었는지, 실제 가입 과정에서 어떤 설명이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약관 조항
"누구나 아는 일반적인 내용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 O
"법에 정해진 내용을 그대로 옮긴 약관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 — X
설명의무가 모든 약관 조항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의무는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이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려는 데 근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다음 두 가지 경우에는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 위 2023다250746 판결).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미 잘 알고 있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이미 법령에서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 약관이 보험계약 체결 후 피보험자동차의 구조변경 등 중요한 사항에 변동이 생기면 보험자에게 알리도록 정한 조항에 대하여, 대법원은 상법 제652조가 이미 정하고 있는 통지의무를 구체적으로 부연한 정도의 규정이어서 별도의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위 98다32564 판결). 반대로 암보험에서 이차성 암을 원발부위 기준으로 분류하도록 한 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이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설명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위 2023다250746 판결).
보험사가 면책조항을 내세울 때에는 그 조항이 이 두 가지 예외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조항의 내용이 법령에 이미 있는 것인지, 일반 가입자가 설명 없이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설명하지 않은 면책조항은 계약 내용에서 빠집니다
"설명하지 않은 면책조항은 그 조항이 없는 것처럼 보고 보험금을 줘야 한다" — O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설명하지 않은 면책조항은 계약 내용이 되지 못하므로, 보험금 지급 여부는 그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판단됩니다.
상법은 보험자가 약관 교부·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638조의3 제2항). 이 때문에 3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규정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규정이 아니고, 보험계약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받지 못한 약관 조항의 적용을 추인하거나 승인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위 98다32564 판결). 계약을 취소하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설명받지 못한 조항은 계약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항이 빠진다고 하여 청구한 금액이 언제나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나머지 약관과 법령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와 금액을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위 2023다250746 판결도 설명의무 위반으로 문제 된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경우 일반암 보험금 기준으로 지급하되, 이미 지급한 갑상선암 보험금이 있으면 그 차액을 지급하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었다면 확인할 것
보험사가 약관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면 다음 사항을 차례로 확인합니다.
거절 근거 조항 — 보험사가 어느 약관 조항을 근거로 거절하였는지 서면으로 확인
가입 당시 자료 — 청약서, 상품설명서, 가입 과정의 녹취 등 설명 과정이 드러나는 자료
조항의 성격 — 문제 된 조항이 법령에 이미 정해진 내용인지, 설명 없이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인지
청구 기간 — 보험금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상법 제662조)
가입 과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보험계약자 본인이지만,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는 점은 보험사가 증명하여야 합니다. 보험사가 제출하는 자료에 문제 된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드러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보험금 지급 거절, 면책조항과 고지의무를 둘러싼 보험 분쟁을 직접 수행하고 있습니다. 약관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었다면 상담 예약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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