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김광식 변호사입니다.
2026년 6월 3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을 열고, 3년 만에 개정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공개하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에 스타트업, VC, 액셀러레이터, 법률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마련한 결과물로, 그동안 반복되어 온 불공정 계약 관행을 손질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계약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동안 벤처투자 계약은 투자 유치 경험이 부족한 초기 창업자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었습니다. 투자자 전원의 동의 없이는 신주 발행이나 임원 선임 같은 일상적 경영 판단조차 막히고, 상장(IPO)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의무로 취급되었으며, 후속 투자에서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 그 지분 희석 부담은 대부분 창업자의 몫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번 개정의 6대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창업자와 투자자 각각에게 어떤 실무적 영향이 있는지, 그리고 기존에 이미 체결된 투자계약에는 이 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Question]
저희 회사(또는 저희 조합)가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에 벤처투자 표준계약서가 개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그리고 이미 체결한 기존 투자계약에도 개정된 내용이 자동으로 적용되나요?
[Answer]
1. 계약서 구조의 개편 - 32종 통합형에서 SPA·SHA 분리 5종으로
종전 표준계약서는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권리·의무를 하나의 계약서에 모두 담은 통합형 구조로, 그 종류만 32종에 이르렀습니다. 투자 실행에 관한 사항과 투자 이후 회사 운영·거버넌스에 관한 사항이 뒤섞여 있어, 각 조항의 성격과 적용 국면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이를 신주인수계약서(SPA, Share Purchase Agreement)와 주주간계약서(SHA, Shareholders’ Agreement)로 분리하고, 전체 계약 유형을 5종으로 단순화하였습니다. SPA는 투자 실행 단계의 주식 인수 조건을, SHA는 투자 이후 주주로서의 권리·의무와 회사 운영 관련 사항을 규율하도록 역할을 나눈 것으로, 글로벌 벤처투자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구조와 정합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2. 사전동의권의 ‘집합적 동의’ 전환 - 1인 거부권에 의한 의사결정 마비 방지
이번 개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사전동의권 행사 방식입니다. 종전에는 투자자 전원의 개별 동의를 얻어야만 신주 발행, 주요 자산 처분, 임원 선임 등 사전동의 대상 안건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투자자 수가 늘어나면서, 소액 투자자 한 명의 반대만으로도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사실상 마비되는 사례가 실무상 빈번했다는 점입니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이를 ‘의결권 있는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집합적 동의 구조로 전환하였습니다. 라운드별로 투자자 그룹 전체의 의사를 하나의 기준으로 모아 판단하도록 하여, 개별 투자자의 거부권이 전체 의사결정을 좌우하지 않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다만 이는 표준안일 뿐이므로, 실제 계약에서는 리드 투자자와 후속 투자자 간 협상력 차이에 따라 동의 비율이나 예외 사항을 구체적으로 조정하는 협상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3. RCPS에서 CPS 중심으로 - 상환권은 ‘필요시 선택’하는 장치로
그동안 국내 벤처투자 실무에서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를 사실상의 표준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RCPS는 투자자가 일정 조건 성취 시 투자금 회수를 위해 회사에 주식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환권을 포함하는데, 이는 회사 입장에서 재무적 부담이자 잠재적 부채로 작용하여 후속 투자 유치나 재무건전성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상환권이 포함되지 않은 전환우선주(CPS, Convertible Preferred Stock)를 기본형으로 제시하고, 상환권은 투자 구조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선택적으로 부가하는 장치로 재편하였습니다. 이는 글로벌 VC 투자 실무에서 상환권보다 전환권 중심의 우선주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회사의 재무제표상 부채 인식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4. 리픽싱 방식 개선 - Full-Ratchet에서 가중평균 방식으로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은 후속 투자 라운드의 밸류에이션이 이전 라운드보다 낮아지는 ‘다운라운드’가 발생했을 때, 기존 투자자가 보유한 전환우선주의 전환가액을 새로운 낮은 가격에 맞추어 조정해 주는 장치입니다. 종전 실무에서 흔히 사용되던 Full-Ratchet 방식은 전환가액을 새로운 발행가격에 그대로 맞추는 방식으로, 투자자 보호에는 유리하지만 창업자를 포함한 기존 주주의 지분이 급격하게 희석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이를 Broad-based Weighted Average(가중평균) 방식으로 개선하여 기본안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새로운 발행 주식 수와 발행가격을 기존 발행주식 수 전체와 가중평균하여 전환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투자자 보호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다운라운드 상황에서 창업자를 포함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충격을 상당 부분 완충할 수 있습니다.
5. IPO 조항의 완화와 연대책임의 제한
종전 표준계약서상 IPO(기업공개) 조항은 사실상 ‘상장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 의무’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아, 정해진 기한 내 상장이 지연되면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위약벌이 발동하는 구조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상장 시점은 시장 상황이라는 회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IPO 조항을 ‘상장을 위하여 성실히 노력한다’는 최선노력 의무로 전환하였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투자계약상 폭넓게 인정되어 온 창업자 및 제3자(배우자 등 가족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의 포괄적 연대책임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 그 범위를 명확히 축소하였습니다. 이는 창업자 개인 및 가족에게 전가되던 과도한 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취지입니다.
6. 실무상 유의점 - 소급 적용되지 않으며, VC의 판단 부담은 오히려 커진다
무엇보다 유의할 점은, 이번 개정이 기존에 이미 체결된 투자계약에 자동으로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후속 투자나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정 표준안을 반영하려면, 기존 투자자들과의 재협의는 물론 정관 변경, 종류주주총회 결의, 등기 수정 등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표준계약서 개정은 새로운 ‘기본 틀’을 제시한 것일 뿐, 기존 계약관계를 자동으로 리셋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표준이 유연해졌다는 것은 VC 입장에서 선택지가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전동의권을 개별 동의로 할지 집합적 동의로 할지, SPA·SHA를 분리할지 통합할지, 상환권을 부가할지 여부 등 계약 구조 자체가 다양해진 만큼, VC는 표준을 벗어난 조항이 합리적인 선택인지를 개별 딜마다 스스로 검토하고 판단해야 하는 실무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창업자 역시 어떤 조항 구조가 자사에 유리한지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협상에 임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단계 자문부터, 투자계약서(SPA)·주주간계약서(SHA)의 작성 및 협상, 사전동의권·리픽싱·상환권 등 핵심 조항의 설계와 검토, IPO 트리거 조항 및 연대책임 조항의 리스크 진단, 기존 투자계약을 개정 표준안에 맞추어 정비할 때 필요한 정관 변경·종류주주총회 결의 등 절차 자문, 그리고 VC·액셀러레이터의 투자 심사 단계 법률 자문에 이르기까지 벤처투자 계약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나 투자 실행을 앞두고 계약서 검토가 필요하시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계약 구조와 조항별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협상 방향을 설계하시길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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