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인터넷 플랫폼 시장의 성장과 함께 (i) 경쟁 사업자의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자동 수집(크롤링)하여 자신의 서비스에 활용하는 행위, (ii) 다른 사업자의 조회용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에 접속하여 그 결과 데이터를 취득하는 행위, (iii) 리뷰·평점·상품정보 등 사용자 생성 데이터(UGC)를 이용하여 유사 서비스를 개발하는 행위 등을 둘러싼 데이터 부정사용 분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에서 실무상 자주 활용되는 법령이 바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이 정하는 이른바 '성과 등의 무단사용에 관한 보충적 일반조항'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대법원은 최근 대학교 리뷰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한 리뷰 데이터, API의 무단사용 분쟁을 다룬 판결을 통해, (파)목상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과 그 무단사용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리뷰 데이터의 성과성은 인정하면서도 API의 성과성은 부정하고, 원고의 무단사용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파기함으로써 데이터 부정사용 분쟁 실무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오늘은 위 판결의 핵심 내용과 유의해야 할 실무적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파)목의 '성과 등'에 관한 법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규정으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종래 부정경쟁방지법이 규율하지 아니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 특히 무형의 성과물에 대한 무단사용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으로 도입된 것입니다.
대법원은 (파)목의 보호대상인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i)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ii)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iii)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파)목이 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i)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ii)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공정성, (iii)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iv)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v)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다282449 판결,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5다202970 판결 등 참조).
특히 실무상 중요한 것은 증명책임의 소재입니다. 대법원은 침해자가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하였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은 침해자의 행위가 (파)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여 왔습니다. 즉 피침해자를 자처하는 자는 (i) 자신의 성과 등의 존재, (ii) 그것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iii) 침해자가 이를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모두 증명하여야 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 및 판단
이 사건은 대학교 리뷰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사업자 사이의 분쟁으로, 원고는 자신의 서비스 개발 및 제공 행위에 관한 부정경쟁행위, 불법행위 손해배상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본소를, 피고는 이에 대응하여 원고의 서비스 제공 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각 제기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피고의 반소 청구를 일부 인용하여 원고가 (i) 피고가 수집·가공한 리뷰 데이터와 (ii) 피고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API를 부정경쟁방지법 (파)목에 위반하여 무단 사용하였다고 판단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판단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1. 리뷰 데이터의 '성과 등' 해당 여부
대법원은 이 사건 리뷰 데이터는 피고가 자신의 서비스를 위해 수집·가공한 것으로서, 이에 투입된 노력과 비용, 기간, 그로 인해 갖게 된 명성과 경제적 가치, 고객흡인력, 대학교 리뷰 서비스 분야에서 이 사건 리뷰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파)목이 정한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사용자 생성 데이터라 하더라도 사업자가 이를 조직적으로 수집·가공하고 그 결과가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면 (파)목의 성과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2. API의 '성과 등' 해당 여부
반면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 API를 (파)목의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는 (i) 이 사건 API와 같은 서버 저장 데이터 조회 방법은 피고 서비스 이전부터 이미 대학교 리뷰 서비스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것이고, (ii) 구체적인 입력 인자, 출력 인자 등 세부 사항을 포함한 이 사건 API의 내용도 일반적인 API에 포함되는 요소와 크게 다르지 아니하며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API라면 통상적으로 가지는 요소에 불과하고, (iii) 특히 원심 스스로 (차)목(아이디어 부정사용) 판단 부분에서 "이 사건 API는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알고 있었거나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는 등 이 사건 API의 보호 가치가 낮다고 보았으면서도, (파)목 판단 부분에서는 별다른 구체적 근거 없이 이를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판결이유가 모순된다는 이유로 파기하였습니다. 또한 피고 스스로도 이 사건 API에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이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한 사정도 함께 지적되었습니다.
3. 무단사용의 인정 여부
나아가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리뷰 데이터와 API를 무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도 파기하였습니다. (i) 피고는 원고가 개발한 서비스에 이 사건 리뷰 데이터 중 단 하나의 리뷰 데이터라도 실제로 사용되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고, (ii) 원고는 이 사건 리뷰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리뷰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면서 4차례의 이벤트를 통해 리뷰 데이터를 자체 수집하고 경품비용을 지출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출하였으며, (iii) 원고는 이미 2016년경부터 인터넷 강좌 리뷰 서비스, 2017년경부터 기업 리뷰 서비스를 운영해 온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고, (iv) 원고의 신 서비스가 원고의 기존 서비스와 상당 부분 유사한 표현 방식·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적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발하였다고 볼 소지가 크며, (v) 원고와 피고가 리뷰 서비스에서 경쟁관계에 있고 서비스 외형이 유사하다 하더라도,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양자의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동일·유사하여 혼동가능성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파)목의 '성과 등' 해당 여부에 관한 증명책임 및 부정경쟁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위 판결은 데이터, API 등 무형의 성과물에 관한 부정경쟁 분쟁 실무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먼저 자신의 데이터, API 등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사업자(피침해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상대방이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하였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파)목의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목상의 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i) 자신의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 노력으로 형성되었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자료(투입 인력·비용·기간 등), (ii) 그 성과가 공공영역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점의 소명, (iii) 상대방이 자신의 성과를 실제로 무단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의 확보가 모두 필요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단 하나의 리뷰 데이터라도 실제로 사용되었음을 증명하는 증거의 부재"를 결정적 파기 사유로 지적하였는바, 데이터 부정사용을 주장하는 자로서는 상대방 서비스에 자신의 데이터가 실제로 사용된 사실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예: 특징적 오탈자, 워터마크성 표지, 특수 식별자 등)를 사전적으로 확보, 관리해 두는 실무적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데이터를 수집·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i) 널리 알려진 방식의 API나 통상적 데이터 조회 방법은 (파)목상 '성과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점, (ii)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축적한 노력의 기록(이벤트 진행 자료, 경품 지급 내역, 사용자 참여 기록 등)을 갖추어 두면 무단사용 주장에 대한 강력한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방어전략상 중요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특히 유사 분야에서 사업 경력을 이미 보유한 사업자가 자신의 기존 노하우와 자체 수집 데이터를 결합하여 신규 서비스를 개발한 경우, 이는 독자적 개발의 소지가 크다는 정황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크롤링, API 활용 서비스를 준비하는 사업자로서는 (i) 크롤링 대상 데이터가 상대방의 '성과 등'에 해당할 가능성, (ii) 크롤링 방법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지 여부(예: 로봇배제표준 위반, 이용약관 위반, 서버 부하 야기 등), (iii) 자신의 서비스가 상대방 서비스와 시장에서 대체될 관계에 있는지, (iv) 수요자·거래자에게 혼동가능성을 야기할 위험이 있는지 등을 사전적으로 진단하여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파)목은 종래 저작권법이나 개별 지식재산법으로 규율되지 아니하던 영역까지 포섭하는 보충적 일반조항이므로, 크롤링 자체가 위법하지 아니하다는 안일한 인식만으로는 사후적 분쟁 발생 시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어디까지나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기초한 판단으로, 성과성 인정 여부나 무단사용의 인정 여부는 대상 데이터, API의 성격, 산업 분야의 관행, 침해자의 개발 경위와 자체 자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 API 관련 분쟁을 검토 중인 사업자로서는 자신의 사업 구조와 대상 성과물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진단받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사전적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안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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