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오승현 변호사입니다.
‘사고 후 한참 지나서 나타난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했더니 보험사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합니다. 방법이 없나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불의의 사고로 장기간 치료를 받은 후, 영구적인 장해가 남아 보험사에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사고일로부터 3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곤 합니다.
실제로 보험금청구권은 상법 제662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하지만 후유장해처럼 그 발생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언제부터 3년’을 계산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오늘은 후유장해 보험금의 소멸시효 기산점, 즉 ‘안 날’의 의미를 법원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판례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소멸시효의 시작점: ‘사고가 발생한 날’ vs ‘사고 발생을 안 날’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8. 선고 2023가단5045152 판결). 그러나 판례는 예외를 인정합니다.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소멸시효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진행된다고 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3가합89031 판결).
후유장해는 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큰 분야입니다. 사고 직후에는 장해 여부를 확신할 수 없고, 길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영구적인 장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후유장해를 알게 된 날’은 언제를 의미할까?: 주요 사례 분석
결국 핵심은 ‘언제 후유장해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는 경우에 따라 다르게 판단됩니다.
CASE 1: 장해가 서서히 발현되거나, 진단이 어려운 경우
사고 직후에는 명확하지 않던 장해가 치료 과정에서 서서히 나타나거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처럼 진단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장해 진단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고 후 수년 뒤 후유장해 진단: 사고(2009년) 후 치료를 받다 2013년경 증상이 발현되어 2014년에 후유장해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법원은 피보험자가 후유장해진단을 받은 2014. 9. 25.경에야 추락사고의 후유장해를 알게 되었다고 보아 그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증상이 고정되지 않고 악화된 경우: 법원은 ‘치유된 후’의 의미를 ‘상해에 대한 치료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로 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3가합89031 판결). 따라서 치료 중 증상이 계속 변하거나 악화되었다면, 최종적으로 증상이 고정되어 더 이상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시점이 기산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 판결에서는 1차 장해진단(2014년) 이후에도 상태가 계속 악화되어 2차 장해진단(2017년)을 받은 경우, 2차 장해진단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19다214248, 2019다214255 판결).
정신장해의 경우: 뇌손상으로 인한 정신장해는 충분한 치료(통상 2년) 후 증상이 고정되었을 때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은 2016. 8. 19. 무렵에야 비로소 제2급 장해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고 보아 이날을 기산점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21. 선고 2017가합504102 판결).
CASE 2: 사고 직후 장해가 명확히 예상되는 경우
반면, 사고 직후 수술 내용이나 진단 내용만으로도 영구적인 장해가 남을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도 있습니다.
인공관절 치환술: 사고 직후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았다면, 별도의 후유장해 진단 없이도 수술 자체로 약관상 장해분류표상 지급률 30%에 해당하는 장해가 인정되므로, 수술일 또는 사고일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5. 9. 15. 선고 2005나25047, 2005나25054 판결).
수술 직후 장해 발생을 인식: 척추 고정술을 받은 환자가 늦어도 수술 후 약 1년 뒤 장애진단을 받은 2010. 9. 7.부터는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고 보아, 그로부터 2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사례도 존재합니다(전주지방법원 2018. 4. 12. 선고 2017가합1928, 2017가합3009 판결).
3. 소멸시효 판단의 주요 포인트
① 후유장해 진단서의 중요성
후유장해 진단서는 단순히 장해 상태를 확인하는 서류가 아닙니다. 이는 ‘치료가 종결되었고, 현재의 장해가 영구적’이라는 의학적 판단을 담고 있어, 피보험자가 자신의 장해를 객관적으로 ‘알게 된 날’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3가합89031 판결).
② 장해지급률 확정의 의미
보험약관에는 보통 ‘사고일로부터 180일이 되는 날의 의사 진단에 기초하여 장해지급률을 결정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사고 후 180일이 지난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을 보험금의 범위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에 불과할 뿐, 소멸시효 기산점을 정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1. 1. 27. 선고 2018가단72163 판결).
③ 의료소송 진행과 소멸시효
의료과실로 인해 장해가 발생하여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보험사는 그와 별개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소송 과정에서 이루어진 법원의 신체감정촉탁 결과가 나온 시점을 객관적으로 장해 발생을 알게 된 시점으로 보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6. 10. 20. 선고 2016나302975 판결).
4. 보험사의 지급 거절, 기다리면 권리가 사라집니다
보험사에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심사를 지연하거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곧 주겠지’라며 막연히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보험사에 보험금을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최고)만으로는 시효가 영구히 중단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174조에 따라, 최고 후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재판상 청구를 해야 시효중단의 효력이 유지됩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9. 30. 선고 2018가합111760 판결).
실제로 법원은 보험금 청구(최고) 후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했음에도 6개월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6. 10. 선고 2024가단5059448 판결). 다만,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 조사를 이유로 이행의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보험사의 최종 회신을 받은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며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5. 결론
결론적으로, 후유장해 보험금은 소멸시효 계산이 매우 복잡하고 다툼의 여지가 큰 영역입니다. 만약 보험사가 사고일로부터 3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면, 포기하지 마시고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나의 ‘진정한’ 소멸시효 기산점은 언제인지, 법적으로 다툴 실익이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소송 등 적극적인 권리 행사에 나서야 소중한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국내 5대 대형로펌, 검찰, 대기업 법무팀 출신의 변호사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한 명의 변호사가 아닌 사건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팀을 구성하여 대응합니다. 청출은 특정 쟁점만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목표 달성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주저없이 청출에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