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조타실에서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라는 발언은 상관모욕죄인가 - 군형법 제64조 제2항 공연한 방법,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군사·형사] 함정 조타실에서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라는 발언은 상관모욕죄인가

[군사·형사] 함정 조타실에서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라는 발언은 상관모욕죄인가

[군사·형사] 함정 조타실에서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라는 발언은 상관모욕죄인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부대 생활관에서 동기들과 사적으로 대화하면서 상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근무 현장에서 상관의 판단에 충동적으로 반발하며 감정을 표출하는 일은 군 조직에서도 예외 없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이러한 모든 상황이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상관모욕죄로 포섭되는 순간, 군인의 일상적 감정 표현이 과도하게 범죄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상관모욕죄의 성립 요건인 '공연한 방법'을 사실상 형법상 모욕죄의 '공연히'와 유사한 정도로 완화하여 해석해 왔고, 이로 인해 실무에서는 소수의 동료가 우연히 듣게 된 사적 발언까지도 군형법상 가중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2026. 7. 22. 선고 2022도5937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러한 종전 해석과는 달리, 군형법 제64조 제2항 상관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해당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경우여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종전 판례의 접근과 이번 전원합의체의 논리를 비교한 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내용, 이 판결이 군 형사·징계 실무에 미칠 함의를 정리해 봅니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문언과 종전 판례의 해석

군형법 제64조는 상관에 대한 명예 관련 범죄를 네 개의 층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1항은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처벌하고, 제2항은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제3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제4항은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각 규정합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제2항이 다른 항과 달리 '공연히'가 아니라 '공연한 방법으로'라는 문언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형법의 모욕죄(제311조)나 명예훼손죄(제307조)가 모두 '공연히'라는 상태 요건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반해, 제2항만 유일하게 수단·방식 자체가 공연성을 지녀야 한다는 표현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종전 대법원판례는 제2항의 상관모욕죄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고, 공연성의 정도가 반드시 문서, 도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을 하는 방법에 상응하는 정도의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여 왔습니다. 즉 문언 형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형법상 모욕죄의 '공연히' 요건과 동일한 기준으로 제2항을 적용하여 온 셈입니다.

이러한 해석 하에서는, 예컨대 부대 생활관에서 동료 몇 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상관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함정, 초소에서 옆에 있던 하급자가 우연히 상관에 대한 불만 발언을 듣게 되는 경우 대부분이 상관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 사건 피고인도 함정 조타실에서 정장인 상관에게 함정 입항에 관한 의견 제시를 여러 차례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자, 옆에서 각자 업무를 수행하던 하사 등 3인이 듣는 가운데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듣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헤드셋을 책상에 던진 행위로 군형법 제64조 제2항 상관모욕죄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다수의견의 논리와 별개의견

대법원 다수의견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제2항의 '공연한 방법'을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해당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한정하였습니다.

  1. '공연한 방법'은 사전적으로 세상이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 알릴 목적으로 취하는 수단이나 방식을 의미하며, 이는 불특정 다수의 인식 가능 상태를 의미하는 '공연히'와는 개념적으로 구별됩니다. 종전 판례가 두 개념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제2항을 적용해 온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의 확장해석에 해당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2. 입법형식에 있어, 제2항은 상관 모욕의 방법으로 문서, 도화, 우상 공시나 연설을 구체적으로 예시한 뒤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이라는 일반조항을 두는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예시된 방법들은 그 자체로 높은 전파성, 확산성, 지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일반조항인 '그 밖의 공연한 방법'도 예시조항과 동일한 법적 평가를 받거나 충분히 예측 가능할 만큼 유사한 행위 유형이어야 합니다.

  3. 상관모욕죄가 형법상 모욕죄에 더하여 별도로 규정되고 가중 처벌되는 이유는 상관에 대한 개인적 명예 침해를 넘어 군 조직의 건전한 위계질서와 통수체계 유지라는 특별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높은 전파성을 지닌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이 모욕당하는 경우에 한해 지휘체계가 실질적으로 위태로워지므로, 제2항의 규율 대상은 그러한 유형에 한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할 것입니다.

  4. 제2항의 법정형(3년 이하)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제3항, 3년 이하)와 동일합니다. 이는 문서, 도화, 우상 공시나 연설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하는 행위가 사실 적시 상관명예훼손과 견줄 만한 법익침해의 중대성을 지녔음을 전제로 한다는 것입니다.

  5. 공연한 방법이 아닌 단순히 공연히 상관을 모욕한 경우에도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하고, 별도로 군내 징계처분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축소해석에 따른 처벌 공백은 발생하지 아니합니다. 나아가 상관의 면전에서 모욕한 경우가 2년 이하로 처벌되는 반면(제1항), 상관이 없는 자리에서 몇몇에게 일상적 대화로 한 험담을 3년 이하의 제2항으로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오히려 균형을 잃은 결과가 됩니다.

한편 대법관 5인의 별개의견은 사적 대화에서의 모욕까지 상관모욕죄로 포섭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다수의견의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하되, 그 해결책을 종전 판례의 문언 해석 변경이 아닌 보호법익 관점의 처벌범위 제한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공연히 모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행위라도 그로 인하여 군 조직의 건전한 위계질서와 통수체계가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2항 상관모욕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결론에서는 유사한 방향의 해석을 지향하되, 그 논거에 있어 문언 해석과 보호법익 중 보호법익에 무게를 둔 것입니다.

군 형사·징계 실무에 대한 시사점

다수의견은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i) 피고인이 상관에게 함정 입항 관련 의견 제시를 여러 차례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관에 대한 불만이나 화난 감정을 충동적·단발적으로 내뱉거나 헤드셋을 던지는 방식으로 표현한 점, (ii) 하사 등 3인은 피고인의 옆에서 각자 업무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발언을 듣거나 행동을 목격하였을 뿐이라는 점, (iii) 피고인이 3인 앞에 나서서 일방적·공개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는 점, (iv) 물리적 공간이나 가상공간에서 여러 군인에게 반복적·지속적으로 확산될 만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의 행위는 문서, 도화, 우상 공시나 연설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것이라 볼 수 없어 군형법 제64조 제2항 상관모욕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종전에는 소수의 동료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상관에 대한 험담이나 일회적 불만 표출이 대부분 제2항의 규율 대상으로 포섭되었으나, 앞으로는 (i) 발언의 전파성과 확산성, (ii) 발언이 이루어진 공간의 성격(공적 의사 전달 공간인지, 각자 업무 중 우연히 노출된 공간인지), (iii) 발언의 반복성·지속성, (iv) 청취자에 대한 일방적·공개적 전달 의도 유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편 이번 판결이 상관에 대한 일체의 모욕 행위를 면책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수의견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i) 상관 면전에서의 모욕은 여전히 제1항(2년 이하)으로 처벌되고, (ii) 공연히 이루어진 모욕은 형법 제311조 모욕죄로 처벌되며, (iii) 군내 징계처분은 별도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상관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제3항)이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제4항)은 별개의 요건과 법정형으로 여전히 중하게 규율됩니다. 다시 말해 이번 판결은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규율 범위를 그 문언에 맞게 해석한 것이지, 상관에 대한 모욕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이번 판결이 SNS, 오픈채팅, 부대 게시판 등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관 모욕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관모욕죄가 성립할 여지를 열어 두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다수의견이 축소해석의 기준으로 삼은 '문서, 도화, 우상 공시나 연설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은 곧 높은 전파성, 확산성, 지속성을 지닌 수단을 의미하므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게시글이나 다수 대상 메시지 전송은 그 자체로 이러한 요건에 부합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수의견이 예로 든 '물리적 공간이나 가상공간에서 여러 군인에게 반복적·지속적으로 확산될 만한 방법'이라는 문구가 이 부분을 고려한 판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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