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3개 제당사 설탕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검찰이 주요 관련자들을 구속 기소한 상황에서 과징금 규모가 관건이었는데, 3사 합하여 총 4,083억 원, 역대 담합 사건에서 두 번째로 큰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이로써 해당 업체들은 각 1,000억 원 이상의 과징금을 납부하게 되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설탕 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수준은 역대 담합 사건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 수에 비해 관련매출액 합계가 3조 2,884억 원에 달할 정도로 많고, 다른 담합 사건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15%의 부과기준율이 적용된 점에서 그렇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3조는 담합 사건에서의 과징금 상한을 ‘관련매출액의 20%’로 정하고 있는데,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과징금 고시)가 정하고 있는 여러 감경 사유들을 고려해 보면, 15%는 제도상 허용되는 최대 수준에 해당한다.
제당사들이 2007년 같은 혐의로 제재받은 사례가 있었음에도 공정위의 눈을 피해 또 다시 담합 행위를 한 점, 설탕이 서민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식품 원재료라는 점, 공정위에 앞서 검찰이 먼저 수사 결과를 발표한 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과징금 수준에 관해 언급할 정도로 정부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사건인 점 등 여러 사정들로 인해, 공정위가 이번 만큼은 사정 봐주지 않고 담합 업체들에게 철퇴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과징금 부과액 상위 5건의 담합 사건들을 보더라도 이번 설탕 담합 사건의 부과기준율은 도드라진다. 이에 대하여 혹자는 공정위가 방만한 조사로 시간을 끌다가 대통령의 눈치를 살펴 이례적으로 높은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였다고 비난하기도 하나, 이러한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21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 전에는 담합 사건에 대한 과징금 상한이 10%였는데, 상위 5건만 보더라도 공정위는 이미 상한의 70%에 해당하는 부과기준율(7%)을 적용한 사례가 존재한다.
[과징금 부과액 상위 5개 담합사건과의 비교]
사건명 | 의결 연도 | 부과기준율 | 위반행위 중대성 | 과징금액 |
3개 제당사 설탕 판매가격 담합 | 2026 | 15% |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 4,083 |
6개 LPG 공급사 담합 | 2010 | 7% |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 6,689 |
13개 건설사 LNG 저장탱크 입찰 담합 | 2016 | 7% |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 3,505 |
28개 건설사 호남고속철도 입찰담합 | 2014 | 7% |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 3,478 |
11개 제강사 철스크랩 담합 | 2021 | 2% | 중대한 위반행위 | 3,000 |
4대 시중은행 LTV 담합 | 2026 | 4% | 중대한 위반행위 | 2,720 |
그리고 ‘담합의 밀행성’으로 인해 임의적 성격의 행정조사 권한만 가지고 있는 공정위가 확보할 수 있는 증거 수준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담합에 가담한 실무자를 특정하여 진술조사를 하더라도 일단 부인하고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충분한 직접 증거 없이 정황만을 근거로 제재적 처분에 나갈 경우 이어지는 행정소송에서 처분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공정위 입장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조사가 오래 걸린다는 비난은 담합 규제 시스템상의 개선을 뒷전으로 한 채 모든 문제를 한 기관의 부담으로 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담합 사건을 관할하는 기관 간의 공조가 보다 긴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위의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액이 전체적으로 상향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처벌이 강하다고 범죄가 사라지지 않듯) 그 경우 담합은 향후 더욱 내밀화, 지능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공정위에 강제적 조사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 한, 증거 확보에 있어 수사기관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한다는 현 정부의 설계에서 기존 공정거래 수사를 담당하던 검찰은 공소제기와 유지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수사는 어떤 기관이 담당할지, 규제 기관 분리에 따른 리니언시 순위 차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설탕 담합 사건의 경우, 공정위 및 검찰에 대한 리니언시 업체 순위가 서로 다른 것으로 알려졌고, 2024년 3월 공정위 현장조사 이후 2025년 9월에 이르러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두 기관 간의 공조가 보다 긴밀하게 이루어졌다면 담합의 실체가 더 빠르게 확인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이는 두 기관의 책임이라기 보다 효율적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할 정부와 입법자의 숙제라 할 것이다.
공정위 자료에 의하면 2024년 기준 공정거래법 위반 처리사건들 중 약 40%(237건)가 담합 사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 도처에서 담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과징금 액수에 대한 자극적 관심보다는 이번 사건을 담합 규제 체계를 새롭게 정립할 계기로 삼아 공정위와 수사기관 간의 체계적인 관계 정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관심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설탕 담합 사건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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