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신한라이프의 '로지', SK텔레콤의 '나수아', LG전자의 '김래아' 등 인공지능(이하 'AI') 기술을 활용하여 생성된 이른바 '가상 인플루언서'가 광고 모델로 활발히 활용되면서, 이들이 등장하는 광고 콘텐츠가 SNS·블로그·동영상 플랫폼 등 다양한 매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인물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아니하는 인격을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표현하기에, 소비자가 광고 내용 중 추천·보증의 주체를 실존 인물로 오인할 위험이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 5. 26.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하여 2026. 6. 1.부터 시행하였습니다. 개정의 핵심은 AI 등을 활용하여 생성한 가상인물을 새로운 추천·보증의 주체로 명시하고, 광고주가 이를 활용할 경우 따라야 할 구체적인 표시문구와 표시방법을 안내한 것에 있습니다. 오늘은 개정 심사지침의 주요 내용과 광고주가 유의해야 할 실무적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개정 심사지침의 주요 내용]
종래 심사지침은 소비자, 유명인, 전문가, 단체·기관 등 4가지 추천·보증 주체에 따른 부당성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광고주와 추천·보증인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 의무(이른바 '뒷광고' 규제)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추천·보증의 주체 자체가 AI에 의해 생성된 가상인물인 경우에 관하여는 별도의 규율이 없어, 광고주가 가상인물의 정체를 공개하지 아니하더라도 부당성 판단의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개정 심사지침은 'Ⅲ. 용어의 정의'에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제2조 제1호의 인공지능 개념을 신설하고, 'Ⅴ. 세부심사지침'에 5. 가상인물의 추천·보증 등 항목을 신설하였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상인물의 공개 의무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인물(이하 '가상인물')을 생성하여 추천·보증 등을 하는 경우, 광고주는 해당 추천·보증인이 인공지능 등에 의해 생성된 가상인물임을 공개하여야 합니다. 이는 가상인물 광고가 가지는 구조적 오인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핵심 규정으로, 사실상 가상인물 광고의 신규 표시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명확하고 쉬운 인식 가능성
가상인물임을 공개할 때에는 소비자가 명확하고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하여야 합니다. 심사지침은 매체의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 표시방법을 예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인터넷카페 등 문자 중심 매체: 게시물의 제목 또는 첫 부분에 'AI를 기반으로 생성된 가상인물이 포함된 게시물입니다', '가상인물 포함' 등의 문구를 표시. 특히 제목의 경우, 모바일 환경 등에서 표시 문구가 생략되지 아니하도록 제목 맨 앞에 [가상인물 포함] 형식으로 배치할 것을 권장.
사진·동영상 등 영상 매체: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동안 가상인물과 근접한 위치에 [가상인물] 등의 문구를 표시하되, 배경과 구분되는 색상을 사용하여 시인성을 확보.
3. 경험적 사실 부합 의무
가상인물이 특정 상품을 추천·보증하면서 그 내용이 사용경험 또는 체험 등에 근거한 것으로 표현되었으나, 실제로 그러한 경험적 사실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상인물은 본질적으로 실제 사용 경험을 가질 수 없는 존재이므로, 광고주가 단순히 '가상인물 포함' 표시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추천·보증 내용 자체의 진실성도 함께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개정 심사지침의 취지입니다.
이 외에 광고주와 추천·보증인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에 관한 종래의 '뒷광고'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며, 가상인물을 활용한 광고의 경우 (i) 가상인물 표시 의무와 (ii)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 의무가 중첩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개정 심사지침의 시행은 AI 가상인물을 활용한 광고 실무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광고주는 AI 가상인물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모든 매체(자사 홈페이지, SNS 공식 계정, 인플루언서 협업 게시물, 유튜브·인스타그램 영상 등)에서 가상인물 표시 의무가 일관되게 이행되도록 내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정비하여야 합니다. 특히 사진, 동영상 매체에서는 등장 시간 내내 표시가 유지되어야 하므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표시 문구가 영상에 안정적으로 노출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가상인물에게 "사용해보니 좋았다", "체험 후 만족했다" 등 경험적 사실을 전제로 한 발언을 시키는 경우에는, 그 내용이 실제로 광고주가 진행한 시연·체험 등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별도로 검증하여야 합니다.
다음으로 인플루언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광고주로부터 AI 가상인물 광고 제작을 의뢰받은 경우, 자신의 채널에 게시할 때에도 동일한 표시 의무가 적용된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기존의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협찬받았음', '소정의 광고료를 지급받았습니다' 등)와 더불어 가상인물 표시까지 추가로 이행하여야 하며, 종래보다 표시 의무가 다층화되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 역시 자사 서비스 내에서 유통되는 AI 가상인물 광고에 관하여 일정한 모니터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심사지침대로 표시되지 아니한 표시·광고를 시정하도록 독려하는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바, 향후 플랫폼 차원의 자율 가이드라인 정비 및 표시 누락 게시물에 대한 사후 조치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심사지침은 행정규칙으로서 그 자체가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는 결국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개별 판단을 거쳐 같은 제재적 처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심사지침이 정한 표시방법을 형식적으로 따르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부당 표시·광고로 단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심사지침의 표시방법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광고주가 부당성 판단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정 심사지침은 시행 직후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별도의 유예기간을 두지 아니하였으므로, 광고주는 시행일 이전에 제작·게시된 기존 광고물에 대해서도 가급적 신속히 표시 보완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AI 가상인물 광고가 가지는 산업적 가능성과 소비자 오인 방지라는 공익적 요청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는 앞으로의 운영 사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집행 동향을 통해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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