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 대화녹음과 법적 책임(음성권 침해)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신준선 변호사입니다.
악성 민원인의 폭언이나 회사 상사와 거래처 간 수상쩍은 대화, 또는 나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사람의 이야기 등,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녹음이 가능해지면서, 증거확보 수단으로 대화녹음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제는 누구라도 “내가 참여한 대화만 녹음 가능하다”는 정도의 대전제는 알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 존재하며, 설령 타인 간의 대화라 하더라도 “공익”을 위해서는 이를 녹음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다만 공익 목적의 녹음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이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고, 자칫 이를 오해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나아가 민사적으로도 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까지 지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Question]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면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되나요?
[Answer]
1.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 해당 여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란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타인간의 대화라고 보아야 하는지가 실무상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은 "악성 민원인의 폭언을 공무원이 직접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와 같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한 경우는 동 조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반면 “악”하는 비명소리, "우당탕" 등 대화가 아닌 사물의 소리, 비명소리는 '대화'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 판결).
반면 공개된 장소라 하더라도 비공개를 전제로 한 대화는 보호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그 상사가 민원인으로부터 불법금품을 수수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대화를 녹음한 사안에 대해서 대화가 공개된 민원실에서 이루어졌더라도 대화자가 녹음을 용인 또는 예상했다고 볼 수 없어 일반공중에 공개된 대화라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녹음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었다는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피고인이 막연히 불법적 상황이라고 추측하여 녹음하여 그 정당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10284 판결).
2. 정당행위 인정여부(위법성 조각)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문제되는 경우에도 위 사례에서 피고인이 주장한 것처럼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고려하여 정당행위 여부를 판단합니다:
-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피해 발생 우려
-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
- 녹음이 유일한 증거확보 수단인지 여부
- 녹음 범위의 상당성
최근 특수교사 사례에서 하급심 법원은, 녹음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긴급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CCTV가 없는 환경에서, 소수 장애학생들만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고 다른 방법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그간 대법원은 타인 간 대화의 증거능력을 일관되게 부정해온 입장이므로, 해당 사건은 향후 항소심 및 대법원에서의 판단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위법성 조각되나? “비교형량”을 통해 살펴야
위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위법성 조각여부는 '비교형량'이라는 개념이 핵심적 판단기준이 됩니다. 이는 쉽게 말하면 개인 사익과 공공의 이익 중에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로, 판례는 이를 개인의 사생활과 통신비밀 보호라는 기본권적 법익과, 범죄의 예방이나 피해 구제와 같은 공익적 목적 사이의 이익형량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위법성을 판단해 왔습니다.
특히 개인적 이익이나 사적 분쟁 해결을 위한 경우보다는, 내부고발이나 범죄행위 적발과 같은 공익적 목적이 있고 다른 증거확보 수단이 없는 경우에 위법성 조각 가능성이 더 높게 인정되는 추세이나, 이 경우에도 녹음의 필요성과 방법의 상당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4. 음성권 침해와 손해배상
최근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와 별개로,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음성권은 헌법상 인격권에서 도출되는 독자적 권리"라고 판단하면서 그에 대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녹음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 불법행위로서의 음성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는데 최근 하급심 판례는, 학교내에서 교사간 다툼이 발생한 상황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였고 그 상대방이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한 사건에서 위법성 조각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해당 사건 재판부는 당시 녹음된 분량이 23초 정도로 길지도 않고, 종전에도 유사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어 일방이 이를 저지 및 기록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으므로 그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되며, 당시 이미 여러 사람이 교무를 보던 교무실에서 사건이 발생하여 그 침해의 정도가 미약하다고 보았고, 마지막으로 해당 녹음내용은 수사기관 및 법원에만 제출하였으므로,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다만 발화자 몰래 녹음된 내용이 발화자의 동의없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무단으로 사용된 사례에서는 2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되었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20나47936 판결), 특정회사에서 퇴사한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말하도록 한 다음 이를 녹취록으로 작성하고, 이를 해당 회사와의 소송에 증거로 제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3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최근에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와 제3자의 통화 녹취를 무단으로 유튜브에 방송한 사건에서 1000만원의 고액 위자료가 인정되기도 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2가단5015109 판결).
5. 시사점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타인 간의 대화 녹음시에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 녹음하려는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인지 검토
-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체적 사유의 존재 여부 확인
- 녹음 사실의 고지 또는 상대방 동의 획득 고려
- 녹음 범위를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 및 녹음내용 사용처 최소화(수사기관, 법원 등)
대화녹음 관련 법적 분쟁은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이 모두 문제될 수 있고, 특히 최근에는 음성권이라는 권리의 침해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만일 자신의 녹음행위 및 그 공개행위로 인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녹음된 목소리의 주인으로부터 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받게 된다면 녹음한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상 보호대상이 되는 대화인지, 녹음 당시 상황과 녹음 목적 등 당시 경위에 비추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하여 전문적인 법률검토를 거쳐 대응하여야 합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국내 최고 로펌 및 대기업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화 녹음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음성권 침해 등 관련 분쟁에 대한 풍부한 자문경험과 소송 수행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하여 법률자문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