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기업이 보유하는 특허권의 상당 부분은 임직원이 회사 업무 수행 과정에서 한 이른바 '직무발명'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러한 직무발명에 대하여 종업원이 받는 정당한 보상의 산정 및 지급은 사용자와 종업원 사이에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종업원이 회사를 퇴직한 후 비로소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한바, 사용자는 (i) 보상금청구권의 법적 성질, (ii) 그 행사 가능 시점, (iii)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 예기치 않은 분쟁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종업원의 입장에서는 회사 보상규정의 해석에 따라 자신의 권리가 시효로 소멸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는 중대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대법원은 2026. 6. 24. 선고 2025다219742 판결을 통해 (i) 사용자의 보상규정 등에서 보상형태, 보상액 결정 기준, 지급방법 등을 정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발명진흥법상 법정채권과 별개의 약정채권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 (ii) 다만 보상규정 등에서 지급요건이나 지급절차 등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지급시기'를 정한 경우에는 종업원이 그 지급시기 도래 시에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하였습니다. 오늘은 위 판결의 핵심 내용과 기업 및 연구개발 종사자가 유의해야 할 실무적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종래의 법리]
「발명진흥법」 제2조 제2호는 '직무발명'을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이하 '종업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하 '사용자 등')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15조 제1항은 종업원 등이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권 등을 사용자 등에게 승계하게 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종업원 등의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은 직무발명의 장려라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인정되는 법정채권으로서, 그 소멸시효는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10년이고, 일반적으로 사용자 등이 직무발명에 관한 특허 등을 받을 권리나 특허권 등을 종업원 등으로부터 승계한 시점에 발생합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75178 판결 참조). 다만 종래의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가 직무발명 보상에 관한 근무규정 등을 두고 그 지급요건이나 지급절차를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종업원이 그와 같이 정해진 지급시기에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다258463 판결 참조).
문제는 사용자의 보상규정 등이 (i) 보상형태(직무발명 출원 시 출원보상, 등록 시 등록보상, 처분 시 처분보상 등), (ii) 보상액 산정 기준(매출액·실시료 수입의 일정 비율 등), (iii) 지급절차(보상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을 비교적 상세히 규정하는 한편, 명시적으로 '언제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식의 시기 조항을 두지 아니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그러한 규정만으로 (i) 별도의 약정채권이 발생하는 것인지, (ii)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지급시기'에 관한 정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5다219742 판결의 판단
이 사건은 종업원인 원고가 사용자인 피고 회사에 재직하던 중 한 직무발명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보상금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원고는 (i) 주위적으로는 발명진흥법 제15조에 따른 법정채권으로서의 보상금을, (ii) 예비적으로는 피고의 보상규정 등에 따른 약정채권으로서의 보상금을 각 명시적 일부청구로 구하였습니다.
원심은 (i)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는, 피고의 보상규정 등에서 보상형태와 보상액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지급방법 및 지급절차 등을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시기에 관한 정함이 있다거나 청구권 행사에 법률상 장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보상금청구권을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으로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였습니다. 나아가 (ii)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피고의 보상규정 등이 종업원에게 별도의 새로운 금전채권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1. 보상금청구권의 법적 성질
사용자 등의 근무규정 등에 보상형태와 보상액 결정을 위한 기준·지급방법 등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명진흥법에 따른 종업원 등의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을 구체화하거나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그로 인하여 보상금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달라지지 아니합니다. 즉 보상규정 등이 존재한다고 하여 그 자체로 종업원에게 별도의 약정채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2. 지급시기의 정함과 청구권 행사 시점
다만 직무발명에 관한 근무규정 등에서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요건이나 지급절차 등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지급시기를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종업원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이 정해진 지급시기에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의 보상규정 등이 "유상으로 양도 또는 실시를 허여하였거나, 권리의 행사를 통하여 유형의 이익을 얻었을 경우" 등 각 보상 유형별로 정한 지급요건이 발생하였을 때, 직무발명 보상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의 지급절차를 거쳐 해당 유형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보상규정의 구조는 직무발명 보상금에 관해 '불확정기한의 지급시기'를 정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지급시기가 도래한 때에 비로소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무차별적으로 '특허권 등 승계 시'로부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규정의 구체적 내용을 면밀히 살펴 지급시기를 정한 취지를 반영하여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종래 일부 기업은 보상규정에 지급절차만을 두고 명시적인 지급시기 조항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보상금청구권의 행사 시점을 사실상 회사의 절차 진행에 종속시키는 방식의 운영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본 판결은 이러한 보상규정의 구조가 오히려 '불확정기한의 지급시기 정함'으로 해석될 수 있어, 소멸시효 기산점이 후행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사용자가 보상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미루거나 보상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한 채 장기간이 경과한 사안에서, 사용자가 소멸시효 항변으로 보상금 지급의무를 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직무발명을 한 종업원으로서는 자신의 보상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의 보상규정에 지급요건 또는 지급절차가 정해져 있다면, 그 지급요건이 충족된 시점(예: 특허권의 매각, 실시권 설정, 권리 행사에 따른 유형의 이익 발생 등)을 기준으로 시효가 진행되는 것이지, 단순히 사용자가 특허권 등을 승계한 시점부터 일률적으로 시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종업원이 사용자의 보상규정 외에 별도의 약정채권 발생을 주장하기는 본 판결에 비추어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종업원은 발명진흥법상 법정채권의 행사를 중심으로 보상금 청구 전략을 수립하되, 보상규정상 지급시기 정함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면밀히 검토하여야 합니다.
본 판결은 직무발명 보상금 분쟁의 핵심 쟁점인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새로운 해석 지침을 제시하였으나, 모든 사안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상규정의 구체적 문언, 지급절차의 실제 운영 양상, 직무발명의 특허 등 승계 경위 등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또는 방어를 검토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보상규정과 실제 운영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여 청구권의 시효 진행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 방안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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