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이혼·양육 분쟁에서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은 '권리의 유무'보다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쟁점인 경우가 많습니다. 민법 제837조의2는 자녀와 직접 만나거나 서신, 전화, 화상 등으로 교류할 수 있는 권리를 비양육친에게 보장하고, 가정법원이 그 처분, 제한, 배제, 변경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판 실무에서는 양육자와 비양육친 사이의 갈등 수위가 높을 때 자녀 보호를 이유로 면접교섭을 사실상 배제하는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2026. 7. 16. 선고 2024므15467 판결에서,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하여 면접교섭의 구체적 일정·방법을 정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는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선언하면서, 그 사정만으로 면접교섭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법리오해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아울러 재판상 이혼 청구에 가사비송사건이 병합되어 계속 중인 경우 상대방이 반대청구로 면접교섭 청구를 할 수 있고, 항소심에서도 일정 요건 아래 그 반대청구가 허용된다는 절차 법리도 함께 정리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민법 제837조의2 면접교섭권의 구조와 '특별한 사정' 요건,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 반대청구로서의 면접교섭 청구에 관한 절차 지형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민법 제837조의2 면접교섭권의 구조와 '특별한 사정' 요건
민법 제837조의2 제1항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 일방과 자녀가 서로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면접교섭을 제한, 배제, 변경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설계상 면접교섭권은 원칙적으로 보장되고, 그 제한, 배제는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 한하여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을 판담함에 있어 고려할 사정을 아래와 같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i) 자녀의 연령, 건강상태, 면접교섭에 대한 자녀의 의사
(ii)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와 친밀도
(iii)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의도와 목적
(iv) 현재 양육환경에 비추어 면접교섭이 양육자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자녀의 새 양육환경 적응에 장애가 되는지
(v) 청구인에게 양육자 또는 자녀에 대한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전력이 있는지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여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에 단기적,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한편 대법원은 단기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 일부 발견되는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면접교섭이 이루어질 때의 긍정적 영향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면접교섭의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방향을 모색해야 하며, '막연한 우려'를 내세워 면접교섭 자체를 전면 배제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자녀의 소재 불명과 면접교섭 배제의 가부
2024므15467 사건의 쟁점은 자녀의 소재를 알 수 없어 면접교섭의 구체적 일정과 방법을 정할 수 없는 사정이,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는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원심은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을 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면접교섭의 이행이 현재로서는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면접교섭 청구를 배척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i)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정은 면접교섭의 '이행 곤란'에 관한 사정일 뿐, 면접교섭 그 자체가 자녀의 복리를 침해한다는 사정과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사항인 점, (ii) 그러한 사정만으로 면접교섭권을 배제한다면, 자녀의 소재를 알지 못하는 비양육친은 법적으로 보장된 면접교섭권을 언제나 박탈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며, 이는 '원칙적 보장, 예외적 배제'라는 민법 제837조의2의 설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번 판시의 의미는 '현재 당장 집행이 어렵다는 사정'과 '면접교섭 자체를 금지해야 할 사정'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데 있습니다. 집행이 어려운 사정은 (i) 간접강제, (ii) 양육자에 대한 자녀 소재 파악 협력 명령, (iii) 면접교섭 보조인, 전문가 지정 등 집행 방식의 조정으로 대응할 사항이지, 권리의 존부 자체를 좌우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양육자 측이 자녀의 소재 변경이나 거주지 비공개를 이유로 면접교섭 자체를 봉쇄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 그 사정이 면접교섭 결정의 '존부'를 좌우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 '집행 방식 조정'의 사유에 그친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한편 위 판결은 재판상 이혼 청구(나류 가사소송사건)에 친권자·양육자 지정 또는 양육비 청구 등 가사비송사건이 병합되어 계속 중인 경우, 상대방은 반대청구로서 면접교섭 청구(마류 가사비송사건)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하였습니다. 다만 그러한 반대청구가 항소심에서 제기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412조를 유추하여, 반대청구 상대방의 심급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는 때 또는 반대청구 상대방이 동의하거나 이의 없이 반대청구의 심문에 응함으로써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는 때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습니다.
가사소송 실무상 함의
이번 판결은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 '원칙적 보장'이 재확인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양육자 측 입장에서는 자녀의 소재 변경이나 양육환경 변동 등의 사정만으로 면접교섭 자체를 막으려 전략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양육환경 변동을 다투고자 한다면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구체적 사정(자녀의 적응 상태, 청구인의 비행 또는 학대 전력 등)을 중심으로 주장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비양육친 측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행이 어렵다 하더라도 면접교섭 결정 자체는 반드시 받아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결정 성립 이후의 집행은 (i) 간접강제, (ii) 조정 변경 신청, (iii) 보조인, 전문가 활용 등 별도의 수단을 통해 가능할 수 있고, 결정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반복 재신청을 거듭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가사 사건에서 면접교섭을 둘러싼 다툼은 양육자, 비양육친, 자녀 모두의 복리와 직결되는 민감한 영역인바, 그 다툼이 면접교섭권 배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위 대법원 판결에 비추어 신중히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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