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입니다.
"수술 전에 동의서에 서명했으니 병원에 아무 말도 못 하는 것 아닌가요?" 의료사고 상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병원 책임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법이 보는 진짜 쟁점은 서명 여부가 아니라 '설명이 충분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목차]
동의서 서명은 병원의 면죄부가 아닙니다
의사는 무엇을,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요
설명이 부족했다면 —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위자료를 넘어 전체 손해배상까지 가려면
환자와 보호자가 실제로 챙겨야 할 것들
1. 동의서 서명은 병원의 면죄부가 아닙니다
수술 전 동의서는 설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문서이지, 앞으로 생길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가 아닙니다.
그래서 법원은 동의서에 서명이 있는지보다, 그 서명 이전에 의사가 위험과 대안을 실질적으로 설명했는지를 봅니다. 형식적으로 서류만 내밀고 서명을 받았을 뿐 실질적인 설명이 없었다면,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2. 의사는 무엇을,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요
의료법 제24조의2는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의사가 다음 사항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설명하는 의사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판례의 기준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대법원은 의사가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환자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로 하여금 수술 등의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23. 3. 9. 선고 2020다218925 판결 등).
3. 설명이 부족했다면 —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 환자는 스스로 선택할 기회 자체를 빼앗긴 것입니다. 이때 침해되는 권리가 자기결정권이고, 그에 대한 배상이 위자료입니다.
중요한 점은 입증 부담입니다. 대법원은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설명의 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만 입증하면 충분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그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즉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이 밝혀지지 않은 사안에서도 설명의무 위반만으로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위자료를 넘어 전체 손해배상까지 가려면
치료비, 일실수입 등 결과로 인한 손해 전부를 청구하려면 요건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위 2011다29666 판결은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상당인과관계 — 중대한 결과와 설명의무 위반(승낙 취득 과정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할 것
위반의 중대성 — 그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일 것
같은 판결은 반대편 한계도 분명히 했습니다. 진료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고 설명의무 위반만 인정되는 경우, 위자료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재산적 손해를 전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됐는데 배상액이 생각보다 적다"는 결과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 환자와 보호자가 실제로 챙겨야 할 것들
첫째, 동의서 사본을 받아 두십시오. 의료법 제24조의2 제3항은 환자가 동의서 사본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의료진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항목이 설명됐다고 기재되어 있는지가 나중에 핵심 증거가 됩니다.
둘째, 집도의나 수술 방법이 바뀌었다면 서면 고지 대상입니다. 같은 조 제4항은 동의를 받은 사항 중 수술 등의 방법·내용이나 참여한 주된 의사가 변경된 경우 그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셋째,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설명의 상대방이 되며, 통상은 친권자·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이 전달됨으로써 의무가 이행되지만, 미성년 환자에게 설명이 전달되지 않을 것이 명백하거나 환자가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미성년 환자 본인에게 직접, 그 나이와 이해 정도에 맞추어 설명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2020다218925).
넷째, 기록을 서둘러 확보하십시오. 동의서, 진료기록, 간호기록, 설명 당시 동석자의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정리하면
동의서 서명은 병원의 면죄부가 아니고, 설명의무 위반이 곧 전액 배상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범위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지는 '설명이 얼마나 부족했는지'와 '그것이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의료과실·진단 지연·수술 후 합병증 사건을 다수 수행하며 진료기록 분석부터 감정 절차, 소송까지 함께해 왔습니다. 수술 전 설명이 충분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면, 기록이 남아 있을 때 동의서와 진료기록을 근거로 한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 감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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