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처분행위와 관리행위의 준별에 관한 대법원 2025다220329 판결과 한정승인 효력

[상속] 상속재산 '처분행위'와 '관리행위'의 준별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

[상속] 상속재산 '처분행위'와 '관리행위'의 준별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

[상속] 상속재산 '처분행위'와 '관리행위'의 준별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이를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속인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채무까지 단순 승인하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속재산에 임대차 목적물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임차인 측은 통상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담보 확보를 위하여 새로운 계약서의 체결을 요구하고, 공동상속인은 임차인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상황에서 체결된 계약이 곧바로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로 평가된다면 공동상속인이 상속채무 전부에 대하여 자신의 고유재산으로 무한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대법원은 2026. 5. 8. 선고 2025다220329 판결을 통해, 공동상속인이 기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그 실질이 상속재산의 '관리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처분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오늘은 위 판결의 핵심 내용과 실무적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법정단순승인 사유와 종래의 법리

민법 제1026조는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의 입법 취지는 (i) 상속재산 처분을 행하는 상속인은 통상 상속을 단순승인하는 의사를 가진다고 추인할 수 있다는 점, (ii) 그 처분 후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허용하면 상속채권자나 공동 내지 차순위 상속인에게 불의의 손해를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 (iii) 상속인의 처분행위를 신뢰한 제3자의 보호 필요성 등에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처분행위'의 의미에 관하여는, (i) 재산의 현상 또는 그 성질을 변하게 하는 사실적 행위와, (ii) 재산의 변동을 생기게 하는 법률적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되,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는 민법 제1022조가 상속인에게 상속재산 관리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바, 관리의무의 이행행위까지 처분행위로 평가한다면 상속인이 관리의무의 이행 자체를 회피하게 되어 상속재산의 보전이 곤란해질 뿐만 아니라 상속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도 오히려 침해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개별 사안에서 상속인의 특정 행위가 '처분행위'인지 '관리행위'인지의 준별이 결코 쉽지 아니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임대차 목적물이 포함된 상속재산의 경우, 임차인의 요구에 따라 공동상속인이 기존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기간만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안은 실무상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바, 이러한 계약이 '처분행위'로 평가되어 한정승인의 효력을 상실시키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 2025다220329 판결의 판단

甲은 乙과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는데, 그 후 임대인 乙이 사망하였습니다. 乙의 공동상속인인 丙 등은 甲과 사이에 기존 임대차계약과 임대차목적물·임대차보증금 및 차임이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기간만 2년 연장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계약서에는 위 임대차계약이 기존 임대차계약의 연장계약이며 丙 등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취지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丙은 가정법원에서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이후 甲이 丙 등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丙이 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한정승인의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한 것이 문제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위 임대차계약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먼저 대법원은 법률행위 해석의 일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甲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위 임대차계약을 처분행위로 평가할 경우 丙이 한정승인의 효력을 상실하고 상속채무 전부에 대하여 자신의 고유재산으로 무한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중대한 법적 효과에 비추어, 그 계약의 실질을 엄격하게 분석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이러한 해석 기준을 전제로 대법원은, 위 임대차계약이 (i) 乙의 공동상속인 전원이 공동임대인으로서 체결한 것으로 기존 임대차계약과 임대차목적물·임대차보증금 및 차임이 모두 동일하고 임대차기간이 2년 연장되었을 뿐인 점, (ii) 계약서에도 위 임대차계약이 기존 임대차계약의 연장계약이며 丙 등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는 점, (iii) 丙을 비롯한 乙의 공동상속인 전원이 甲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전세자금대출을 연장하기 위한 甲의 요구에 응한 결과로 보일 뿐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를 丙이 乙에 대한 상속을 단순승인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거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丙 자신의 고유채무로서 부담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위 임대차계약의 체결 행위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가 아닌, 민법 제1022조에 의하여 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재산 관리의무의 이행행위, 즉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임차인 측의 요구에 응하여 기존 임대차 관계를 실질적 변경 없이 그대로 유지하는 취지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상속재산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재산 변동을 발생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상속재산에 이미 성립되어 있는 임대차 관계를 관리·유지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관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실무적 시사점

위 판결은 상속·한정승인 실무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먼저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검토하는 공동상속인의 입장에서는, 상속재산에 임대차 목적물이 포함된 경우 임차인의 요구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갱신·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계약의 실질이 관리행위에 해당하는 한 곧바로 한정승인의 효력을 상실하지 아니한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결론은 어디까지나 (i) 임대차의 목적물·보증금·차임 등 주요 조건이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ii) 계약의 목적이 새로운 재산 변동이 아닌 기존 임대차 관계의 유지에 있으며, (iii) 계약서의 문언에 그러한 취지가 명확히 기재된 경우에 한정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임대차보증금 액수를 대폭 증액하거나, 임대차 조건에 실질적 변경을 가하거나, 새로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상속인 자신의 고유채무로서 부담하는 취지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여전히 '처분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으므로, 계약 체결 이전에 반드시 사전 검토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음으로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임대인 사망 후 공동상속인들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갱신·연장하고자 하는 경우, (i) 새로운 계약서의 문언이 기존 임대차 관계의 관리·유지 취지로 한정되어 있는지, (ii) 공동상속인들이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신고를 진행 중인지 등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임차인의 요구로 인하여 체결된 갱신계약이 사후에 관리행위로 평가될 경우 임차인은 여전히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되므로, 임대차보증금의 안전한 회수를 위하여는 임대차보증금반환보증(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 별도의 담보 확보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본 판결은 어디까지나 관리행위와 처분행위의 준별에 관한 일반적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며, 개별 사안에서 최종적인 판단은 계약의 구체적 내용, 경위,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속재산에 관한 각종 법률행위가 후에 한정승인의 효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하여 사전에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상속인으로서는 상속재산에 관한 중요한 법률행위를 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그 법적 성격을 사전에 명확히 진단하고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 방안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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