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입니다.
어느 날 은행에서 '내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어 지급정지되었다'는 연락을 받거나, 피해자로부터 '당신 통장으로 들어간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돈은 이미 다른 계좌로 빠져나가 내 손에 남은 것이 없는데도 그 돈을 모두 돌려줘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돈이 내 통장을 거쳐 갔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반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반환 의무가 생길 수 있고, 반환 의무가 없더라도 다른 법적 책임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계좌 명의인의 입장에서 부당이득 반환 의무의 판단 기준과 함께 따로 남는 책임, 지급정지에 대한 대응을 정리합니다.
[목차]
통장을 거쳐 갔다는 것만으로 부당이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 머문 기간, 인출 관여, 범행 가담
정당한 거래의 대가로 받은 돈이라면
반환 의무가 없어도 남는 책임 – 통장 대여, 사기방조, 손해배상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면 – 명의인이 확인할 것
통장을 거쳐 갔다는 것만으로 부당이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준 사람이 부담합니다(민법 제741조). 그래서 '누가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가'가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송금한 돈이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 입금되었더라도, 그 명의인이 돈 상당을 이득하였다고 하려면 명의인이 그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이르러 실질적인 이득자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명의인에게서 미리 통장과 도장을 넘겨받아 갖고 있던 사람이 돈이 들어온 당일 전액을 인출했는데, 대법원은 명의인이 실질적으로 이익의 귀속자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의인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37325, 37332 판결).
즉, 돈이 내 통장에 입금되자마자 범인이 곧바로 빼내 갔고 내가 그 돈을 쓸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부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 머문 기간, 인출 관여, 범행 가담
다만 '잠깐 거쳐 갔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전체 경위를 보고 판단하므로,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함께 고려됩니다.
돈이 통장에 머문 기간: 입금 직후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는지, 상당 기간 남아 있었는지
인출·사용에 대한 관여: 명의인이 직접 인출하거나 이체했는지, 그 돈을 자기 용도로 썼는지
범행에 대한 인식과 가담: 보이스피싱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묵인했는지, 범행에 적극 가담했는지
특히 돈이 아직 내 통장에 남아 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송금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없는데도 계좌 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했다면 송금한 사람에게 그 돈을 반환해야 하고,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피해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횡령죄가 아니라 사기죄의 문제가 됩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내 통장에 남아 있는 피해금을 임의로 꺼내 쓰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정당한 거래의 대가로 받은 돈이라면
물건을 팔고 그 대금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순금 목걸이를 판 사람이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 계좌에서 이체한 돈으로 대금을 받은 사안에서, 편취된 금전이 채무 변제에 사용된 경우 받은 사람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보아, 판매자의 반환 의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판매자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는 점은 피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
같은 취지가 피해구제 절차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계좌 명의인은 지급정지된 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받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권원으로 취득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좌가 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명의인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것으로 인정되면 그렇지 않습니다(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7조 제1항 제2호). 거래 화면, 대화 기록, 물건을 넘긴 증빙을 잘 보관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환 의무가 없어도 남는 책임 – 통장 대여, 사기방조, 손해배상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부정되더라도 책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통장이나 체크카드, 비밀번호 같은 접근매체를 남에게 넘기거나, 대가를 받고 빌려주거나, 범죄에 쓰일 것을 알면서 빌려주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고(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49조 제4항). 이 일로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일정 기간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3조의2 제1항).
보이스피싱 범행을 알면서 계좌를 제공하는 등 범행을 쉽게 만들었다면 사기방조 등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민사적으로도 피해자는 명의인을 상대로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760조), 이때 명의인에게 과실이 있었는지, 그 정도가 어떤지에 따라 책임 여부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면 – 명의인이 확인할 것
피해자가 피해구제를 신청하거나 수사기관 등에서 정보가 제공되면 금융회사는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을 때 그 계좌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를 하고, 계좌 명의인에게 이를 알려야 합니다(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 제1항, 제2항).
명의인은 지급정지 등이 이루어진 날부터,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금융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의 사유는 ①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 ② 앞에서 본 것처럼 정당한 대가로 받은 돈임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 ③ 해당 계좌가 피해자산 편취를 위해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입니다(같은 법 제7조 제1항).
정리하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내 통장을 거쳐 갔다는 사실만으로 반환 의무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그 돈을 사실상 지배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었는지, 정당한 거래의 대가였는지가 판단의 핵심이고, 통장이 어떤 경위로 쓰였는지, 접근매체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범행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따라 형사·민사 책임이 따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환 요구나 지급정지 통지를 받았다면 입금·출금 내역과 통장이 사용된 경위를 먼저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보이스피싱 피해금 반환 청구 대응, 지급정지 이의제기, 통장 대여·사기방조 사건의 수사 대응을 직접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상담 예약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관련 업무 사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