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지난 수년간 실리콘밸리에서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신흥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창업자와 핵심 개발 인력만을 조직적으로 영입하고, 기업체 자체는 별도로 존속시키거나 라이선스 계약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이른바 '인력확보형 거래(Acqui-hire)' 방식의 대규모 거래가 잇달아 등장하였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인력 채용이나 기술 협력, 라이선스 계약이지만, 그 실질은 기존 사업의 승계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국제적으로 제기되어 온 유형입니다. 국내에서도 AI, 핀테크,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서 유사한 거래 구조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으나, 종전의 기업결합 신고 요건이 '영업양수'의 전형적 계약 형태에 맞추어져 있어 인력확보형 거래가 기업결합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회색지대가 있어 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 9. 9. 이러한 회색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결합의 신고요령」 고시 개정안을 마련하여 같은 달 30일까지 행정예고에 착수하였습니다. 개정안의 요지는 (i) '영업'의 구성요소에 조직화된 인력을 포함시키고, (ii) '주요부분' 판단 기준을 확장하며, (iii) 양수금액과 이행행위의 산정 기준을 인력 이전형 거래에 맞도록 정비하여 인력확보형 거래도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임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이하에서는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뒤, 이 개정이 국내 M&A 실무 지형에 던지는 함의를 짚어봅니다.
Acqui-hire의 등장과 신고 사각지대
인력확보형 거래는 전형적 영업양수와 달리 하나의 포괄적 계약이 아닌 (i) 창업자, 핵심 인력의 이직 및 경업금지 약정 해제, (ii) 기술·특허 라이선스, (iii) 지분 취득 또는 잔존 지분에 관한 콜옵션 등 다수의 계약이 분산된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계약의 조합을 통해 인수 사업자는 스타트업의 조직, 기술, 노하우를 사실상 흡수하면서도 스타트업 법인 자체는 잔존시키거나 별도 사업으로 재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거래 구조가 종전 기업결합 신고요령에 그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종전 신고요령은 '영업'을 '회사의 사업목적을 위하여 조직화되고 유기적 일체로서 기능하는 재산권의 집합'으로 정의하면서, 그 구성요소로 판매권, 무체재산권, 인허가 등 재산상 가치가 있는 것을 예시하고 있었을 뿐 인력은 명시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요부분' 판단 기준도 (i) 독립된 사업단위로서 영위될 수 있는 형태를 갖추었거나 (ii) 양수·임차로 양도회사의 매출이 상당히 감소하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었고, 양수금액 산정 기준도 하나의 포괄적 영업양수 계약에 의한 대금 지급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계약이 여러 명목으로 분산된 인력확보형 거래는 그 실질이 사업 승계에 이르더라도 신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졌던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개정을 국내 단독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 독일, 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의 긴밀한 정보교환을 바탕으로 진행하였다는 점은 이번 개정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인력확보형 거래는 애초에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빅테크 M&A 실무에서 부상한 문제이며, 각국 경쟁당국이 유사한 규제 공백에 대응하고 있는 국면입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개정안은 신고요령 제4호를 중심으로 세 가지의 정비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업'의 구성요소에 조직화된 인력의 편입
신고요령 제4호 나.는 종전에도 '영업'을 '회사의 사업목적을 위하여 조직화되고 유기적 일체로서 기능하는 재산권의 집합'으로 정의하면서 판매권, 무체재산권, 인허가 등을 그 구성요소로 예시하여 왔습니다. 개정안은 여기에 별도의 항을 신설하여 "조직화된 인력과 그 인력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또는 지식이 결합되어 사업활동의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인력을 포함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조직화된 인력 그 자체가 재산권과 나란히 영업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음을 명문화한 것으로, 신산업 분야에서 인적 자산이 사업의 실질적 가치를 형성한다는 시장 현실을 규범이 뒤늦게 따라잡은 조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AI 모델 개발팀이나 특정 연구소를 통째로 이전하는 거래에서, 종전에는 '이 거래가 영업양수에 해당하는가'라는 물음 자체가 다투어질 여지가 있었던 반면, 개정 후에는 그 인력이 사업활동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가 판단의 관문이 됩니다.
'주요부분' 판단 기준의 확장
기업결합 신고 의무는 영업의 '전부' 또는 '주요부분'을 양수·임차한 경우에 발생합니다. 종전 신고요령 제4호 다.는 주요부분을 (i) 독립된 사업단위로서 영위될 수 있는 형태이거나 (ii) 양수·임차로 양도회사의 매출이 상당히 감소하는 경우로 한정하였습니다. 개정안은 여기에 "양수 또는 임차로 이후 양수회사가 양도회사가 하던 것과 같은 사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경우"라는 세 번째 기준을 추가하였습니다.
이 세 번째 기준은 인력확보형 거래에 정확히 맞춰진 잣대입니다. 인력 이전을 통해 양수회사가 양도회사의 기존 사업을 이어받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면, 양도회사에 남은 재산권의 양적 규모가 얼마이든 그 실질은 사업의 승계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다만 자산총액 100분의 10 이상 또는 100억 원 이상이라는 기존 규모 요건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소규모 인력 이전이 곧바로 신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양수금액 산정 기준과 이행행위 기준의 정비
신고요령 제4호 라.는 양수금액에 관하여 종전에는 양수대금과 부채 인수액, 임차·경영수임의 경우 임차료·수임료 연간 총액을 규정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개정안은 여기에 "조직화된 인력의 경우 해당 거래의 대가로서 양도회사에게 지급하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 등 경제적 대가를 그 명목에 관계 없이 포함한다"는 항을 신설하고, 구체적 예시로 이전 인력 관련 권리 포기에 대한 대가, 영업활동에 필요한 지재권의 라이선스 대가를 명시하였습니다. 계약이 여러 명목으로 분산되어 있더라도 그 경제적 실질이 인력 이전의 대가라면 모두 양수금액에 합산된다는 취지입니다.
이행행위 기준도 정비되었습니다. 종전에는 대금 지급 완료, 동산 인도, 부동산 등기, 상표 등록이 이행행위의 시점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개정안은 "조직화된 인력의 경우 양도회사가 영위하던 사업을 중단한 경우"를 이행행위 유형에 추가하였습니다. 인력 이전형 거래에서는 대금 지급이 여러 시점에 분산되거나 지재권 라이선스 형태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완결 시점은 결국 양도회사가 기존 사업을 중단하는 순간이라는 실질을 반영한 조항입니다.
한편 신고요령의 이번 개정은 부칙에서 고시일 즉시 시행하도록 하되, 경과조치로 시행일 이후에 신고사유가 발생하는 기업결합부터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 지형의 재편
이번 개정이 확정 시행되면 국내 M&A 실무 지형은 여러 층위에서 달라지게 될 것으로보입니다.
인수 사업자 관점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사업자(대기업, 중견기업, 해외 사업자) 입장에서는, 종전에 신고 회피의 여지가 있다고 여겼을 인력 이전형 거래 구조를 재검토하여야 합니다. 창업자와 핵심 개발팀만 채용하고 스타트업 법인은 소규모 잔존 사업만 남긴 채 별도 라이선스 계약으로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의 거래는, 개정 신고요령상 (i) 조직화된 인력의 이전이 사업활동의 핵심 기능 수행에 해당하고, (ii) 인수 사업자가 양도회사가 하던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으며, (iii) 이전 인력 관련 대가와 지재권 라이선스 대가를 합산하여 규모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됩니다.
양도 측 스타트업 관점
양도 측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창업자, 핵심 인력의 이직 협상과 지재권 라이선스 협상이 사실상 단일 M&A 거래의 구성요소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각 계약의 대가 산정과 문언 정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종전에는 개별 계약 단위로 신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전체 거래의 경제적 실질을 통합하여 판단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M&A 자문 실무 관점
M&A 자문 실무자의 관점에서는 거래 구조 설계 단계에서부터 (i) 이전 인력의 사업 기여도 분석, (ii) 잔존 스타트업의 사업 지속 여부, (iii) 지재권, 경업금지 등 부수 계약의 경제적 실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실사 항목이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M&A 관점과 국제 공조
이번 개정이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AI 스타트업 인수에 미칠 영향도 주목할 만합니다. 국경 간 인력확보형 거래는 해외 본사 인력의 국내 자회사로의 이전, 또는 국내 인력의 해외 본사로의 이전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는데, 이러한 거래도 국내 신고 대상 요건을 충족하면 신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유럽연합, 독일, 영국과의 국제 공조가 명시된 만큼, 향후 다국적 사안에서는 각국 경쟁당국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심사를 진행하는 국면이 뚜렷해질 것입니다.
이번 신고요령 개정안은 조문 수정 규모만 놓고 보면 소폭이지만, 그 함의는 M&A 실무를 조금씩 바꾸는 성격을 지닙니다. 사업의 실질이 물리적 자산이나 지분이 아닌 사람과 조직의 이동으로 이전되는 시대에, 규제 규범이 그 실질에 맞추어 재편되는 국면이 이번 개정을 기점으로 본격화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행정예고 종료 후 최종 시행 시점과 확정 조문의 세부 문언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거래 구조가 신고 요건에 어떻게 걸리는지 사전에 진단해 두는 것이 향후 규제 리스크를 통제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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