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 갱신기대권 — 기간 만료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노동 변호사]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 기간 만료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노동 변호사]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 기간 만료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노동 변호사]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 기간 만료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최종하 변호사입니다.

'기간제', 혹은 통상적으로 '비정규직'이라 일컫는 근로계약은 근로계약의 종료일을 정해둔 계약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계약은 정해진 기간이 도래하면 당연히 종료되고, 그 이후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근로계약에 있어서는 이 단순한 도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지면 근로자에게 "이 계약은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고, 그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인 갱신기대권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행위는 부당해고와 동일한 평가를 받습니다. 기간 만료의 외형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1. 갱신기대권의 성립 -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대법원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가 당연히 종료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판시해왔습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두1402 판결 등 다수).


2. 기간제법과 갱신기대권

2007년 7월 1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 시행되면서, 한때 "이제는 2년 사용기간 제한과 정규직 간주 규정이 있으니, 별도의 갱신기대권 법리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다51674 판결).

위 판결의 취지는, 기간제법이 사용기간을 제한한 것은 기간제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지 그 안에서 형성된 갱신 신뢰까지 부정하려는 취지가 아니라는 데에 있으나, 그 여파는 상당히 컸습니다. 이제는 어떠한 근로자가 2년간 근무하며 갱신기대권이 형성될 경우, 단순히 '갱신'을 기대하는 것을 넘어서 '정규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연한 인력 운용을 바라는 사용자 입장에선 (1) 애초에 갱신기대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에 더하여, (2) 갱신기대권의 인정 자체가 불가피하다면 합리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기준을 엄격히 형성할 필요가 있게 되었습니다.


3. 갱신기대권이 부정되는 사례

물론 모든 기간제 계약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에 "상호 협의하여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일반적 문구가 있다거나, 채용공고에 "추후 성과에 따라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9두40680 판결). 구체적인 갱신 요건이나 절차, 실제 갱신 실태 등 없이, 추상적 가능성을 열어 둔 문구만으로는 객관적 신뢰의 근거가 되지 못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갱신기대권은 ① 계약서·취업규칙·단체협약 등 문서에 명시된 갱신 요건, ② 그것이 없다면 일정 요건 충족 시 갱신해 온 관행, ③ 평가나 심사 절차의 구체성, ④ 담당 업무의 계속성·항상성 등이 결합하여 인정됩니다. 갱신 여부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토대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4.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어도 거절이 정당할 수 있다

물론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여 사용자가 무조건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 갱신 제도의 실제 운용 실태, 해당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및 업무수행 적격성,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절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이와 같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 예시로, 정부출연연구회가 자체 연구사업을 폐지하고 외부 용역사업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하면서 연구전문위원에게 대체업무를 제안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갱신을 거절한 사안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업 재편의 객관적 필요성, 대체업무 제안에 이르기까지의 노력, 그리고 평가의 공정성 결여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비로소 거절의 합리성을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3다47125 판결). 결국 갱신 거절의 사유와 절차는 사후에 종합 평가로 심사받게 되므로, 사용자 측에서는 사업적 필요성, 대체 가능성, 평가의 공정성이라는 세 축을 사전에 두텁게 정비해 두는 작업이 요구됩니다.

기간제 계약에서 "기간 만료"라는 외형은 갱신 거절을 정당화하는 자동 면죄부가 아닙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계약서·사규에 갱신 기준을 어떻게 정해 두었는지, 그 기준을 평가·심사 절차로 어떻게 운용해 왔는지, 그리고 거절 결정에 합리적 이유와 절차가 갖추어졌는지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계약이나 공고, 사규 그리고 직장 내 관행 가운데 어떤 부분이 갱신기대권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점검해 두는 것이 분쟁의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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